청주연세의원 신현식 원장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올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영미는 마음이 설레어 잠이 안 올 정도다. 입시라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이 끝나고, 밝고 자유로운 대학 새내기의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 모든 것이 꿈만 같다. 햇빛이 찬란한 봄날에 책 한권을 가슴에 안고, 푸르른 캠퍼스를 사뿐히 걷는 상상을 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학기 중에는 미팅에도 나가고, 응원단 동아리에도 가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꿈 많은 영미에게 한 가지 야심찬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세상에 첫 발을 내딛기 전,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공부하느라 망가진 몸매를 되찾고, 모든 남학생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퀸카’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선 살을 빼는 일이 필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른바 ‘살과의 전쟁’이 선포 된 것이다. ‘안 먹고 버티는데 지들이 별 수 있겠어?’ 영미의 계획은 단순했고, 그 실행은 독했다. 인 서울(In Seoul) 대학을 열망하듯이 아름다운 체형을 원했고, 미적분 방정식을 공략하듯이 칼로리를 제한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던가? 영미는 그 집요한 노력 끝에, 한 달 만에 12 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다이어트는 대성공이었다. 입학선물로 받은 용돈으로 새 옷과 화장품도 구입했다. 그야말로 영미의 대변신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듯 했다.

영미가 내 진료실을 찾아온 건, 잔인한 계절 4월의 중순 쯤 이었다. 새내기 대학생의 환상이 아침 안개처럼 희미해지고, 중간고사라는 먹구름이 다가올 무렵, 영미는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자고 일어나면 하얀 베개에 빠진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고, 머리를 감으면 힘없는 머리카락들이 매생이 마냥 손가락 사이에 엉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내게 찾아온 그 날은 거울을 보는데, 머리숱이 훌빈해져 두피가 보일 정도여서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학생활이 만만치 않고, 스트레스도 많아 그런 건지, 이런저런 모임이 많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건지, 자신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독자들도 짐작하셨겠지만, 영미의 갑작스런 탈모는 수개월 전에 했던 무리한 체중감량이 원인이다. 짧은 기간 과도하게 음식 섭취를 줄이다 보면, 영양의 불균형이 초래되기 쉽다. 그러다 보면 모낭의 대사에 필요한 아연, 구리, 철분 등의 미네랄이 고갈되고, 스트레스를 받은 두피의 모낭들이 휴지기라는 상태로 변환하게 된다. 휴지기에 들어선 모낭들은 줄기에 해당되는 기존의 모발들을 탈락시키고, 새로운 모발들을 만들 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때 점차 탈락하는 모발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유형의 탈모를 스트레스성 휴지기 탈모라고 부른다. 휴지기 탈모는 다이어트 후 바로 발생하지 않고, 약 3개월이 경과한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탈모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게 된다. 하지만, 탈모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과거 6개월 간 자신의 행적을 잘 돌아보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무리한 식이조절이나 체중감량이 있었음을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일을 겪는 당사자가 되더라도 너무 낙담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탈모 발생 후 3개월 안에 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모발의 밀도와 부피를 거의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살을 많이 빼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면, 미네랄이 충분이 함유된 종합 영양제를 보충해 가면서 체계적으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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