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이정규 기자) 숨진 지 두달만에 발견된 증평 모녀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확실한 예방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6일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3살배기 딸과 함께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의 사업 실패와 사망으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당했지만 공동주택 특성상 (아파트) 관리비로 분류돼 지자체의 손이 닿지 못했다.

복지 대상자도 아니라는 이유로 당사자가 기관에 어떠한 도움도 청하지 않았다.

가족이나 이웃과 교통하지도 않아 모녀의 죽음을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유사한 사건으로 4년 전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있었다.

2014년 2월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주택에서 발견됐는데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와 함께 “밀린 공과금입니다. 그동안 고맙고 죄송했습니다”라는 메모지를 남기고 떠난 사건이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했던 그 사건이 또다시 재현됐다는 점에서 슬픔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시스템에 대한 커다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한부모 단체와 여성단체들은 부실한 복지전달체계와 당사자가 직접 찾아가 요청해야만 도움을 주는 복지 시스템, 저소득층을 포괄 못하는 비현실적 지원 기준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빈곤사회연대도 복지담당자가 초기 한부모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과 한부모 서포터즈 활동의 활성화, 한부모들이 다양한 생활 지원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통합적 전달체계 구축, 법정 한부모 소득기준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증평 모녀 사건을 접하고 가정양육수당인 월 10만 원을 신청하기만 했을뿐 다른 복지 급여를 신청하지 않아 관할 행정기관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여러 단체가 지적하고 있는 ‘본인이 신청해야하는 경우’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가 증평 모녀 사건을 계기로 내세운 방안은 위기가구로 분류되는 복지 사각 지대 범위를 저소득 생계곤란 가구뿐 아니라 가구주 사망과 소득 상실 등으로 생활 여건이 급격히 악화돼 긴급히 복지 지원이 필요한 가구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의 위기 가구 발굴을 확대해 지자체를 통해 찾아가는 서비스 체계를 올해 말까지 완성할 방침이다.

또 자살 유가족 등에 대해 경찰청, 지자체와 협조해 지원 사항을 안내하고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관, 통장, 이장 등 민간 복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재발이 없도록 노력하려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실제 이러한 시스템이 원만히 가동할지, 또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는 없는 지는 살펴봐야 한다.

증평군도 전체 조사를 진행하다고 밝혔는데, 반복되는 말이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닌 예방 차원에서의 선제적 대안책을 미리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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