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가 염려된다. 일부 자치단체장의 경우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있고 지방의원들도 내 코가 석자라 행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려는 야당 지방의원들이 집행부에 대해 메스를 대기는 하지만 날카로움이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 공무원들 역시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유권자집단인데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웬만큼 배짱이 없는 후보는 집행부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시기이다. 결국 공무원들의 기강확립은 언론과 주민의 몫이 되고 있다.

“공직사회부패뿐만 아니라 일반사회의 부패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왠 호들갑이냐?”는 핀잔도 있고 “그렇다면 과연 부패 없는 사회가 가능하냐?”라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청렴성이 결국 해당자치단체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언제든지 중요하다.

공무원의 부패문제를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특유한 행정문화이다. 그 중 일부 행정문화는 공무원부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권위주의행정문화’, ‘연고주의행정문화’, ‘정 중시 행정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권위주의행정문화란 각 개인의 권력·지위·신분이나 선후배 관계 등의 차이를 중심으로 상하간의 계층적 인간관계를 순리로 받아들여 행정운영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정문화에서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에 대해 부하들이 공식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이를 받아들이고 마지못해 순응하는 경우가 많다. 권위의 근거가 직위다보니 정당성이 약해도 할 수 없이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조직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집단적으로 동맹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외부의 건전한 비판이나 견제를 귀찮아하고 적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집단부패는 이러한 권위주의행정문화와 상관관계가 있다.

둘째, 연고주의행정문화는 혈연, 지연, 학연, 금전 등을 매개로 연고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정행위를 이루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인허가를 받거나 공사를 따내기 위해 일반인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할 때는 물론이고 예산을 확보하거나 정책수립을 위해 행정기관끼리 로비를 할 때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맥을 파악하는 것이다. 담당자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등을 알아내서 이와 연관 있는 인사를 동원하여 업무를 추진하면 아무래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때 식사를 함께한다든지, 술자리나 골프를 같이 하고 약간의 성의표시(?)가 있으면 일은 한결 더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정 중시 문화를 들 수 있다. 한국인은 우뇌가 발달하여 특히 정서적인 면이 강하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부정부패가 발생해도 부하라는 이유로 봐주고 같은 식구끼리 그렇게 야박하게 할 수 있느냐 라는 생각에 조직적으로 비리를 눈감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처벌받는 사람도 자기가 비리를 저질러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공무원부패와 관련하여 특히 자치단체장은 잘못된 행정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는 조직구성원들의 가치관과 의식의 총체이므로 쉽게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먼저 제도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이루어져야 한다. 부패문제와 관련하여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지 제도를 통해서 의식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변화는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먼저 제도를 개혁하고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면 국민들이 저항하지 않고 따라와서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에도 부패유형에 따른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이를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은 물론 지도층이 특권적인 태도를 버리고 국민을 위해 희생하려는 태도를 견지하여 국민의 귀감이 되면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반이 건강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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