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방심할 땐 16m 눈먼 운전” 아찔 조수석 등 내버려둘 땐 법적규제 못해

달리는 승용차의 열린 운전석 창문 밖으로 흰색 반려견이 몸을 내밀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 사는 김모(42)씨는 강아지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앉히고 달리다 도로 옆 논바닥으로 추락할 뻔한 경험을 했다. 구불구불한 커브길에서 김씨의 치와와가 갑자기 몸부림을 치면서 핸들 조작에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핸들을 꺾지 못해 당황했다”며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후 주말을 맞아 가족과 외식에 나선 A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청주시내에서 운전 중 앞차의 잦은 급정거에 사고 위협을 받았다. 그는 “앞차가 좌우로 뒤뚱거려 ‘음주운전인가’ 했는데 앞질러 가보니 운전자가 강아지를 무릎에 올려놓고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며 “황당하고 아찔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도로 곳곳에서 운전하는 주인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반려동물이 흔하게 목격된다. 보기에도 위험천만한 이런 행동은 엄연한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39조는 운전자가 동물을 안고 운전하거나 안전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상태로 운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차량 종류에 따라 5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물리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혼자 두면 계속 짖고, 산만하게 움직여 운전에 더 방해가 된다”고 하지만 반려동물을 운전석에 앉혔다가 발생하는 돌발위험은 상당하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시속 60㎞로 달린다고 가정하면 1초만 전방주시를 하지 않아도 16m를 눈을 가리고 운전하는 셈”이라며 “반려동물의 운전 방해 가능성이 높고, 운전자 주의를 분산시켜 만취상태로 운전하는 것과 같은 아주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운전자들이 이런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지난해 해당 조항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 받은 건수도 전국에서 모두 1055건으로 2014년(226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반려동물이 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게 두는 것도 위험하다. 지나가는 차량이나 경적에 흥분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충남 서천의 한 도로에서 A(여·65)씨는 뒷좌석에 있던 반려견이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오며 앞을 보지 못해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A씨 등 3명이 다치고 반려견은 죽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현행법으로는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거나 조수석 등에 방치된 반려동물을 처벌할 규제방법이 없다. 동물을 품에 ‘안고’ 타는 것만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내버려두더라도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와 동물 안전을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동물과 자동차에 동승하려는 운전자는 동물용 상자에 반려동물을 넣거나 안전띠 등을 사용해 좌석에 고정하는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을 적발해도 ‘불법인지 몰랐다’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반려동물을 차량에 태울 때 반드시 케이지(이동보관함)에 넣는 등 운전자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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