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경 충북여성재단 연구위원

(동양일보 한애경 기자) 장애인(障碍人)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기능적 정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이 여성장애인에게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여성장애인의 결혼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장애 유전을 우려하여 임신•출산을 만류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성장애인의 장애를 기능적 손상이 아닌 ‘여성성’의 상실로 보는 견해가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이와 관련 최근 실시한 충북여성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충북여성재단, 2017) 기혼 여성장애인의 84.8%가 자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 중 92.3%는 자녀에게서 장애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에 관한 그간의 편견•우려와는 대조적인 결과이다. 현실이 이러할진대, 여성장애인들을 배려한 임신•출산•자녀양육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은 어찌 보면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과 관련하여 ‘아이 낳고 기르기’ 적합한 환경조성을 위해지역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노력이 우선 고려되기를 바란다.

첫 번째 ‘아이 낳기’ 적합한 환경조성을 위해 장애여성 친화병원 지정•운영이 절실하다. 그간 우리는 여성장애인들을 몰성적 존재로 간주한 탓에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였다. 산부인과는 비장애인 중심 설계로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고,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하며, 약물을 복용해야하는 임신한 여성장애인의 경우(내부기능장애, 정신장애)에는 마땅히 상담 받을 의료 창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 건강한 ‘아이 기르기’ 가 가능하도록 지역차원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개발하여 자녀를 양육하는데 따르는 어려움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간 여성장애인들은 비장애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성장결핍을 감내해야 했다. 이를테면 주양육자인 어머니의 장애유형에 따라서 자녀는 자녀의 신체활동에 결핍이 발생하기도 하고 언어발달에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지적장애여성의 자녀인 경우에는 성장기에 필요한 지적자극 뿐만 아니라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어려움까지 않고 있다.

물론 보건복지부지원의 언어발달지원서비스나 여성가족부지원의 아이 돌봄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사업의 주요 목적은 취약가구가 주요 대상자이다. 그러다보니 서비스 당사자의 개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서비스가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정부주도의 사회서비스 제공방식은 서비스 내용이나 대상범주에 제한이 많이 따른다. 이것이 지역 여건에 맞는 서비스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지금까지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과정에서의 이러한 어려움들이 오랜 시간 장애인분야의 핵심 쟁점사항으로 다루어져 왔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이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인식이 여전히 우리의 삶 곳곳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 할 것이다.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누구나에게 부여된 천부적 권리이다. 여성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당당하게 ‘아이 낳고 기르기’가 가능한 세상을 위해 충청북도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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