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백기영 기자) 일본에서는 빈집문제가 자주 거론된다. 빈집문제는 지금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앞으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다. 니카가와 히로코가 지은 빈집문제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빈집문제 현황과 배경을 되새겨 봄으로써 우리를 돌아보고자 한다.

일본 전국의 빈집 수는 820만호, 총 주택 수에서 점하는 비율은 13.5%, 거의 7채중 1채가 빈집이다. 노무라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2033년 총주택수 7,100만호의 30.2%인 2,150만호가 빈집이 된다고 한다. 3채중 1채의 비율이다. 왜 이렇게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인가?

제일 큰 원인은 공급과잉에 대한 정부의 무정책이다. 인구동태를 부시하고 경기대책만을 중시하여 공급을 계속해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1970년경 이미 양적으로 충족해 있었고, 이때부터 이미 저출산화, 노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택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던 것은 주택경기를 통해 경기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건축을 장려하려고 주택융자, 소득세 공제, 주택취득자금의 특례 등 소비 진작책을 지속해 왔다.

또한 신축주택건설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소홀히 한 점 역지 빈집을 만드는 요인이다. 역으로부터 멀어서 불편하다거나 핵가족 세대가 쓰기에 지나치게 규모가 크고, 위치상 언덕길이어서 이용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빈집예비군이 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애당초 주책의 질에도 문제가 있다. 시장가격이 물건의 질에 맞지 않게 높게 설정되어 왔다. 에너지성능, 내진기준,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통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 등 불편한 주택이 많다. 고가의 물건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에 어울리는 질적 수준이 뒤따르지 않는다. 위치와 규모, 성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빈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단독주택과 임대주택의 경우 적절한 관리가 없기 때문에 성능은 저하되고 그로 인해 빈집이 되어가는 양상을 반복한다.

중고주택에 대한 건물의 가치가 세월이 지나면 없어진다는 사고방식도 문제다. 부모가 집을 사고 주택융자를 계속 갚는다. 그러나 자식이 그 집을 상속받는 시점에서 건물의 가치는 제로로 평가받는다. 사회의 변화로 인해 건물외관과 설비와 방배치가 낡게 되고 손질이 되지 않으면 자식은 그 집에 살지 않는다. 부모가 주택융자를 다 갚고 집이 자기 것이 될 즈음에는 노령기에 접어든다. 그 즈음 집은 필요 없어지고 노후에 개호시설로 들어가려고 집을 팔려 해도 팔리지 않는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된다.

상속대책으로 있는 개인임대주책도 빈집증가에 큰 몫을 한다. 수요에 맞지 않는 물건이 많다. 현재 빈집 820만호중 개인임대주택의 빈집은 430만호나 된다. 실제로 임대료는 도심의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빈집도 증가하고 있다. 집을 지으면 입주자가 쇄도하던 30년 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건물이 오래되고 역으로부터 15분 이상 걸리고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건물의 빈집은 채워지기 어렵다.

동경의 일극집중화도 큰 폐해다. 실제로 수도권집중화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시대에 따라 다소 변화는 있지만 흐름을 막지는 못한다. 5번에 걸친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지역 간 균형발전, 다극분산형 국토를 주창하여 왔으나 이제는 꼬리를 감추고 있다. 1990년에는 수도 기능 이전과 국회이전 논의가 있었으나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동일본대지진이후 각종 시책은 동경일극집중을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 지방은 인구감소, 경제피폐 등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빈집도 지방권에 많다. 지방에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빈집비율이 높다. 지방에서의 빈집대책은 단순히 인구를 끌어들이는 것 이상으로 지역에 젊음을 되찾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인구가 감소해가는 지방도시에서 빈집이 있다는 문제보다도 빈집이 되어가는 인구유출이 더 큰 문제이다. 역발상으로 지방도시에서 빈집을 활용하여 인구를 끌어들이는 재료로 삼고 있기도 하다. 빈집뱅크를 만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지역도 있다. 지역으로 인구를 불러 모으기 위한 빈집활용에 있어서 개인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의 연계 제휴와 행정의 뒷받침이 매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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