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획적 살인…국민적 불신 갖게 해”

청주지법 전경. /자료사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인터넷 수리를 위해 자신의 집을 찾은 인터넷 수리기사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50대에게 항소심 법원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낮추는게 타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모(55)씨의 항소를 기각,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권씨는 지난해 6월 16일 오전 11시 7분께 충주에서 인터넷 점검을 위해 자신의 원룸을 방문한 수리기사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항소했다.

앞선 1심 재판 초기 피해자 탓을 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던 권씨는 항소심 공판에선 태도를 바꿔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이 진행된 5개월 여 동안 재판부에 7차례의 반성문도 제출했다.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권씨는 “죽을죄를 지었다”고 고개를 숙였고, 권씨의 변호인은 “오랫동안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해 온 피고인이 피해망상에 휩싸여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인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인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국민적 불신을 갖게 한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타당하다”고 권씨의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항소심 선고 결과를 지켜보던 A씨의 유족들은 “시간이 흘렀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며 슬픈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권씨가 어떤 처벌을 받은 상관없다. 빨리 재판이 끝나 가족이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숨진 A씨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화목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심 재판 당시 A씨의 딸(23) 등 유족들은 권씨의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사법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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