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락 (충북경찰청 수사과 수사2계장)

 

 2017년 10월 미국 여배우의 제안으로, 성폭력 및 성희롱 피해사실을 SNS에 폭로하면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운동은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밝히며 동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올 초부터 본격적인 미투 운동이 시작되어 사회 각 영역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며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잊을 수 없는 미투를 보며 필자는 ‘나도 피해자’,‘나도 당했다’는 미투 운동이 또 다른 의미로 또 다른 영역에서 전개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것은 누구나 한번 들어 보았을 것이고, 지금 이 시간에도 어느 누가 피해를 당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보이스피싱’이다. 성폭력에서의 미투가 과거형이라면 보이스피싱에서의 미투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미래형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국세청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건이 최초 발생한 이후 2017년까지 총 14만3738건, 1조3499억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는 2016년보다 42.4% 증가한 2만4259건, 피해액은 전년보다 68.3% 증가한 247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집계 이래 가장 큰 피해규모이다. 올해 1/4분기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1.4% 증가한 8278건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그동안 특별단속, 집중홍보, 제도개선 등으로 2015년부터 감소하던 것이 2017년도부터는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이스피싱이 다시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보이스피싱의 총책이 대부분 중국 등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추적·검거가 어려운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범죄수법이 더욱 정교화· 지능화 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 둔화일 것이다.

그동안 피해사건 보도, 관계기관의 대대적 홍보 등으로 전 국민 누구나 보이스피싱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가 증가하는 것은,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피해의식이 결여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피해사실을 들어도 남의 일로 생각하지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보이스피싱은 판단력이나 주의력이 부족한 일부 사람이 당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나도 피해자일 수 있다’,‘나도 당할 수 있다’라는 또 다른 의미의 미투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수법이 진화하든 보이스피싱 예방의 기본이 되는 방법이 있으니 이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국가기관,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며 어떠한 명목으로든 돈을 요구한다면 무조건 전화를 끊으시라. 범인은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겁을 주고 몰아세우면서 자신의 요구대로 할 것을 주문할 것이다. 이때는 전화를 건 상대의 부서명·직위·이름·전화번호를 되물어 보고 본인이 직접 확인해 보겠다 말하고 그냥 전화를 끊으시면 된다.

둘째, 해당기관 대표전화에 직접 문의하시라. 범인이 시키는 대로 절대 하지 말고, 해당기관에 직접 전화하여 문의를 해 봐야한다. 이때, 범인이 알려준 해당기관 전화·홈페이지는 절대 믿지 말고, 114로 문의하여 해당기관(국가기관, 금융기관 등) 전화를 확인하거나 직접 홈폐이지를 확인하여 문의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112나 금융감독원 1332로 전화하길 바란다.

셋째, 절대 당황하지 말고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라.

범인은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겁을 주면서 가족·경찰·은행직원 등 주변에 전화내용을 말하지 말라고 한다. 절대 혼자 고민 말고 반드시 주위 사람에게 연락해 상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나도 당할 수 있다’ 라는 ‘미투(Me Too)’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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