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6월 개헌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가 그 시한인 23일을 그대로 지나쳤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후라도 여‧야 합의로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개헌 합의안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이날 현재까지 정치권이 보인 태도로 보면 개헌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인 6월 개헌을 무산시킨 책임을 국회는 엄중하게 느껴야 한다.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드루킹 논란 특검 도입을 위한 야 3당 대표‧원내대표 긴급회동에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댓글조작 관련 특검 도입,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합의했다.

이들은 오늘 개헌에 대해서는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논의한 바는 없고 사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시급한 민생법안까지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내 실업자 수는 125만7000명으로 2000년 이후 3월 기준으로 최고치이다. 실업급여를 받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올해 1분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실업 지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기록 행진이다.

‘일자리 쇼크’는 청년 세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안보 환경의 변화에는 진보·보수 진영을 떠나 지혜를 모아 대비해야 하고, 일자리 문제에는 청장년을 떠나 머리를 맞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절실하다.

국가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야 할 문제가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민생 현장에서는 해결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민생·개혁 과제들이 도처에 산적하다.

다양한 이해와 요구들을 용광로처럼 녹여내고 어우러진 해법을 마련하는 게 국회의 임무이다.

하지만 국회는 ‘올 스톱’이다.

지난 2일 문을 연 4월 임시국회는 총리 시정연설은 물론이고 대정부 질문도 못 한 채 끝났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충돌로 시작된 국회 공전으로 헌법 개정, 국민투표법 개정, 추경예산 심의는 물밑에 가라앉았다.

또 소상인들의 권리금 보호 범위를 전통시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 미세먼지 관련법,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관련법,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등 민생법안들은 방치돼 있다.

산업계의 숙원인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법도 더는 미룰 사안이 아니다.

6월 지방선거가 불과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한다면 임시국회가 하루빨리 재가동되지 않는다면 선거까지 ‘입법부 실종’ 상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드루킹 블랙홀'에 안보·경제·민생 현안들이 빨려 들어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회의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