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2일 남았다. 그 역사적인 순간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전 북한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도 이들의 정상회담은 세계적인 관심사였고 회담 후 한반도에서 냉전이 가시길 기대했지만 그렇지를 못해 아쉬움을 더해줬다.

그런데 오는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은 과거와 달리 분위기와 성과면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와 전 세계인의 염원인 북핵 포기와 핵폐기를 가져와 한반도에 진정한 봄이 왔으면 한다. 이어지는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재확인해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의 주춧돌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벌써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여러 면에서 관심을 촉발시킨다. 김 위원장은 군사 분계선을 넘어 남쪽 땅을 밟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비록 당일치기 정상회담이지만 양 정상은 판문점에 하루종일 머물며 한반도 현안해결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국빈급 환영식과 만찬도 있다. 일각에선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영접했고 의장대 사열도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의장대 사열이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번 회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판문각 북측 구역에서부터 생중계를 포함한 남측 기자들의 취재가 허용된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 판문각에서 남측 평화의 집까지 이동하는 동선 전체가 전세계에 실시간 전파된다.

회담장소가 판문점인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판문점은 현재 남한 땅도 북한 땅도 아니다.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불리며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다. 이곳에 남한은 1965년에 자유의집을, 북한은 1968년에 판문각을 세웠다. 한반도의 유일한 중립지역인 판문점으로 남아 있다가 1976년 도끼만행사건으로 현재 있는 군사분계선이 그어졌다.

2000년 첫 정상회담이후에도 판문점에는 화해와 평화가 오지 않았다. 미군이 주축이 된 유엔군사령부가 판문점을 경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판문점은 기피돼 왔다.

이런 대결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1953년 6.25전쟁 휴전 후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될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대결이 아닌 화해의 장소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사실상 미군이 관할하는 판문점 회담에 참석한다는 것은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는데 있어 일각에서 주장하는 미군철수 의제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세번째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기념비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동안 쌓인 묵은 때를 벗기는데 양 정상은 물론 온 민족의 지지와 성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길에 함께하기는 커녕 실패하기를 바라는 ‘도독놈’ 심보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유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반도는 휴전상태다. 남과 북이 언제든 서로를 향해 무력을 사용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라다. 선거철만 되면 북풍과 색깔론으로 표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휴전상태가 있어 가능했다.

이번 회담에서 현재의 정전(停戰)협정을 종전(終戰)선언 내지는 협정 분위기로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한국)에겐 힘이 없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당시 한국은 미군정하에 있었기 때문에 협정당사자가 아니다. 이 참에 북미회담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협정의 결정적 카드를 주고 그리고 평화선언을 이끌어내도록 하자.

최근 북측의 태도변화가 너무나 적극적이고 파격행보여서 일각에 경계의 목소리가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역사적 순간을 앞두고 눈앞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정쟁에 몰입하는 모습은 볼상사납다. 통일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땅에 내릴 평화의 축복을 막을 수는 없다. 기차타고 유럽가고 평양으로 수학여행 가는 게 꿈이 아니길 바라는 게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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