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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평화와 번영의 소나무
풍향계 / 평화와 번영의 소나무
  • 박종호
  • 승인 2018.04.29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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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지난 4월 27일, 크고 깊은 한(恨)이 서려있는 땅, 판문점에서 ‘평화, 새로운 시작(Peace, A New Start)’이라는 슬로건 하에 남북정상의 역사적인 회담이 이루어졌다.

기습남침을 가하여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하고 남측을 향하여 호시탐탐 침략의 마수를 내뻗던 동토의 지역, 은둔의 지도자가 회색의 장막을 과감히 걷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쪽 땅 평화의 집으로 와서 남북 화해와 공동번영의 새 장을 여는 데 합의(수표)하고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였다. 양국의 최고 대표자들이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1953년 생 소나무(여러 갈래 줄기로 갈라져 자란 부채꼴 모양의 반송)’를 심고 남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과 북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에서 공수해 온 흙과 남과 북의 젖줄인 한강과 대동강에서 가져온 물을 뿌렸다. 남북이 하나가 되었다는 뜻의 합토(合土)와 합수(合水)가 이루어진 것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다. 6.25이후 68년 간 단절과 절망의 한풍에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봄이 온 것이다. 산하가 해빙의 새 날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남북이 갈등과 대립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와 번영의 새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길고 긴 분단 68년 만의 봄바람이다. 끝이 보이지 않던 암흑의 터널을 뚫고 나와 광명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 일인가. 통한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인고의 고통이 깊었던 만큼, 그 바람과 햇볕은 더없이 따뜻하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은 왜 이리 저리고 아프단 말인가. 갑자기 찾아온 봄이기에 어리둥절한 것인가. 하도 긴 세월 동안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친 탓일까. 앞으로는 전쟁과 살상 및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과 같은 침략적 행위는 결단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일까.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1991년 이래 여덟 차례에 걸쳐 끊임없이 비핵화를 천명해 왔지만 지키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도 거짓말이거나 공허한 시간벌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북측 현 최고지도자의 “전에는 그랬지만 본인은 결코 약속을 어기고 원점으로 돌리는 기만행위는 없을 것이고 이 땅에 다시는 같은 핏줄끼리 총을 겨누는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어보려 한다. 그러니 북측의 국정 최고책임자는 남측 및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국정최고책임자의 말은 곧 국격이라는 차원에서의 신뢰’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양국의 정상이 합의하고 서명하여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 철저 이행, ⧍고위급회담 빠른 시일 내에 개최, ⧍개성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8월 15일에 이산가족 및 친척 상봉 진행,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군사분계선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지, ⧍NLL평화수역 조성,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단계적 군축 실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문재인 대통령 올 가을 평양 ‘답방’ 등을 빈틈없이 철저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와, 정전협정의 종전협정(불가침 합의)으로의 전환을 통해 한반도 전쟁 종식이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산가족의 상봉을 서둘러 추진하여야 한다. 통일부 등록 이산가족 수는 13만 1531명인데 이 중 56%는 이미 사망하였고 생존자 6만 명 중 80대 이상의 고령자가 64%나 된단다. 한 핏줄끼리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간 최대의 죄악이다. 그 누구에게도 그런 권한은 없다. 자국의 진정한 이익이나 안녕은 인류의 평화와 사랑(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중시)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북측 최고 지도자와 세계만방에 권한다. 두 정상이 남⦁북민과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약속의 징표로 심은 소나무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늘(평화와 번영)을 향하여 쑥쑥 자라고,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다짐(소나무와 같은 늘 푸른 의지와 지조)을 지켜야 한다. 새는 마음대로 날아 갈 수 있는 지척의 땅인 정든 고향을 존엄의 존재인 인간이 그것도 동족 끼리 왕래할 수 없는 비극이 더 이상 지속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하늘로부터 주어진 기본권을 몰수당하하고 혈육 간에 자유롭게 만날 수가 없단 말인가. 분단의 경계석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쉬게 넘을 수 있는 한 발짝(높이 10cm, 너비 50cm의 콩크리트)의 아주 낮은 장벽일 뿐이다. 동포애의 손으로 멀리 멀리 밀어내고 평화의 나팔을 크게 불게 하여야 한다. 이것이 두 정상이 심은 ‘평화와 번영의 소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고 과제인 것이다.

“목메어 소리칩니다. 우리들 마시 만나요”라는 절규의 노래가 다시 불러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한반도에 모처럼 작동된 평화의 시계가 멈춤이 없이 힘차게 돌아가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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