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고대 소아시아의 프리기아라는 나라에는 장차 왕이 될 사람이 우마차를 타고 온다는 데르메소스의 신의 계시가 전해오고 있었다. 농부였던 고르디우스와 장차 황금의 손으로 유명하게 될 그의 아들 미다스가 마차를 타고 나타나자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왕으로 추대한다. 얼떨결에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신에게 감사를 드리기 위해 타고 온 우마차를 제우스신전에 바쳤는데, 제우스는 마차를 신전기둥에 복잡한 매듭으로 묶고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하게 된다는 또 다른 게시를 내린다. 이 후 이 매듭은, 아시아의 정복군주가 되고자 하는 많은 왕들이 풀어 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러다가 아시아 원정길에 이 지방을 지나가던 알렉산더대왕이 이 소문을 듣고 매듭을 풀겠다고 나섰다가 여의치 않자 칼로 매듭을 단숨에 싹둑 잘라버리고 만다. 매듭을 풀었으니 아시아의 왕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그는 원정을 계속하여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와 인도까지 정복을 하면서 예언대로 아시아를 재패한 왕이 되었다. 매듭은 순서대로 풀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발상이 그로 하여금 세계제국을 건설하게 했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고르디우스의 매듭에는 뒷이야기에 알렉산더 대왕은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사후에는 잘려나간 매듭처럼 갈기갈기 찢겨졌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이야기는 매듭을 일거에 끊어버린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제대로 문제를 풀려면 매듭이 상하지 않도록 하나씩 푸는 게 정도라는 것이다. 과정의 생략은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 이에 각국 언론들도 ‘2018 남북정상회담’ 실시간 상황을 앞 다퉈 보도했다. 외신들은 ‘2018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역사적인 장면” “엄청난 순간” 등 놀라움을 표하며 두 정상의 만남을 주요 현안으로 다뤘다. 정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사건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이다.?이중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한반도 비핵화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의제들의 진전도 크게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앞으로 산적한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인 실타래처럼 얼키고 설켜 해결하는데 어려움과 엄청난 노력과 예산이 수반 될 것이다. 통일문제, 평화문제, 북핵문제, 체제문제, 이산가족문제, 북한인권문제, 한미동맹문제 등등 개별요인들이 모여져 복잡다단한 한반도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도로교통망과 기반산업시설, 식량, 비료, 비닐, 농자재, 의료보건지원, 반복되는 홍수를 막기 위한 나무심기, 하천정비 사업과 교육 기자재 지원등등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서로 오랫동안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온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임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한가지는 우리나라 국민들간의 소통과 화합의 문제이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기업주와 노동자, 남녀노소간의 갈등등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라안이 물과 기름같은 형국이다. 이런 대한민국 내부문제 실타래도 함께 풀어야 한다. 우리 내부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비슷한 말로 동양에선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헝클어진 삼(麻)을 단칼에 자르듯, 복잡하게 얽힌 사물이나 꼬인 문제들을 단숨에 처리함을 비유한 말이다. 남북조(南北朝)시대 통치자 고환(高歡)은 자신의 아들들의 재주를 시험해 보고 싶어 뒤얽힌 삼실 한 뭉치씩을 나눠주고 풀어보라고 하였다. 다른 아들은 모두 한 올 한 올 뽑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양(洋)이라는 아들은 칼로 헝클어진 삼실을 싹둑 잘라버려 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렇게 해서 쾌도난마(快刀亂麻)란 성어가 생겨났는데 오늘날의 쓰임새와는 달리 애초에는 통치자가 백성들을 참혹하게 다스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달리 뒷날 문선제(文宣帝)가 된 고양은 술김에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폭군(暴君)이 되었다. 인간관계나 일의 정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는 칼로 베듯이 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관련된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더 나아가 원망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해법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남북정상회담후 우리 조국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국민 모두가 두고 볼 일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