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청주시 청원구 율량사천동 주무관

청주시 청원구 율량사천동 주무관 이선희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다. 졸업하기 전에 스스로 뿌듯할 만한 성과를 내고 싶었다. 합격해서 복학을 한 후에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 지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가졌던 마음은 공무원이 되면 친절한 전문가 되겠다는 거였다.

1월 15일자로 청원구 소속 율량사천동 주민센터에 발령이 결정되었다. 1월은 연말정산기간이라 사람들이 더 몰리는 시기라서 일을 빨리 배워야겠다는 심적 부담이 컸다. 그럴 때마다 주사님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안심이 되었다. 지금 일을 시작한지 석 달이 됐다. 항상 친절하고 싶지만 때로는 마음처럼 친절하지만은 못했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생각을 해봐야 친절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거 같은데 한창 민원인이 많던 1, 2월에 전산이 마비되는 경우가 있었다. 증교부 처리를 해야 되는데 전산이 작동을 안 해서 민원인이 새로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가져가지 못하고 기다렸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사인하고 증교부 처리만하고 나머지는 전산이 돌아왔을 때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일을 할 때 전산이 마비될 때와 같이 내가 손 댈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 민원인의 이해를 바라지만 모든 민원인이 그걸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내 입장에서만 바라본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특이 민원 응대 요령에 관한 교육을 한다는 걸 알고 민원 응대 요령에 대해 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서 꼭 가고 싶었다. 운이 좋게 교육에 가게 되었는데 강사님이 특이 민원은 사후 대처보다 예방이 엄청 큰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특이 민원이 되지 않게 예방하는 방법은 공무원의 태도(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에서 결정 난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티가 나는 것처럼 민원인도 자신을 빨리 보내기 위해서 맞춰주는 태도를 보이는지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는지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인감을 대리로 발급받으러 오는 경우에 의심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에 의심이 담겼었다. 그런데 교육을 받기 얼마 전에 든 생각이 나도 일 때문에 필요한 서류를 어머니에게 대신 부탁하곤 하는데 내가 발급하는 입장이 되니까 의심부터 하게 되는구나 반성하게 되었다. 마음가짐을 바꿔 민원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와줘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고 나서는 민원인을 대할 때 마음이 편해졌다. 또 한 가지 배운 것은 자기 일 아니면 미루는 태도에 화나는 민원인의 마음이었다. 자신이 맡은 일 외에 다른 업무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 일이 아니어도 민원 분을 도와주려는 태도를 갖추어야 민원분도 공무원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상 깊었던 말이 민원인의 바탕은 선하다는 것이다. 그 강사 분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자신의 민원을 관리하는 일이 행복하다고 하셨다. 상대를 바라볼 때 긍정적인 시각을 잃지 않아서인거 같다.

처음 한 달간은 민원인이 정확하게 어떤 서류를 원하는지를 몰라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할 때마다 곤혹스러웠다. 시간이 지나도 공부하지 않으면 전문적 지식을 쌓을 수 없고 민원분에게 도움을 드리기 어렵다. 나는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민원분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여 전문적인 지식으로 친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공무원이 되고 싶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중용 23장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진다.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의 말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발전해나가는 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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