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소방관들의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활동이 폭행과 폭언으로 방해를 받고 있지만 정작 소방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은 전무해 정부와 국회가 시급히 법을 제정하거나 현행법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소방기본법 50조에는 ‘위력을 사용해 출동한 소방대의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렇지만 경찰과 같이 폭행을 일삼는 자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소방관에게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폭언과 폭행을 수차례 당해도 소방관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당하기만 하다, 경찰에 신고해 차후에 재판을 받도록 하는 일밖에는 소방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형편이다.

그러니 소방관에 대해 범법자들의 행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7년 7월 말까지 소방관이 업무 중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사례가 870건에 달한다.

2012년 93건, 2013년 149건, 2014년 132건, 2015년 198건, 2016년 200건, 2017년 7월 기준 98건으로 2016년만 보면 4년 전보다 2배 이상이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218건, 서울 165건, 부산 67건, 경북 55건, 강원 47건, 대구 41건, 세종 3건, 창원 13건, 제주 17건, 충북 18건, 울산 18건 등으로 어느 지역이라고 할 것도 없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소방관들이 욕을 듣고 폭행을 당하고 있는데도 정부나 국회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전북 익산에서는 출동한 구급대원이 술 취한 사람으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과 주먹으로 맞아 결국 한 달 만에 숨지는 일이 발생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자, 어린 자녀들의 어머니며, 나이 든 부모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다.

그들의 안전은 그들의 가족들에게는 생명처럼 소중한 일이다.

소방관들의 안전은 특히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폭행과 폭언으로 하나둘씩 소방관직을 내려놓거나, 익산의 구조대원처럼 사망한다면 국민들은 누가 지킬 것인지 걱정이다.

정부와 국회는 그런 차원에서 하루라도 빨리 소방관이 폭행과 폭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현 소방기본법을 강력한 처벌 조항을 덧붙여 개정해야만 한다.

공적인 업무를 하고 있는 소방관이 자신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성실히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곧 국민들을 위험으로부터 구출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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