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무마키야치 이쿠요시 일본 우라카와 베델의 집 설립자
정신장애인들 공동체 일본 베델의 집 설립…다시마 판매 등으로 수익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일본 홋카이도 남쪽 끝 우라카와. 이 작은 어촌마을에는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이 있다. 1978년 문을 연 베델의 집은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새로운 복지제도를 실현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베델의 집 사람들은 지역 특산물인 다시마를 말려 포장해 판매하는 사업, 의료기구 판매 사업 등으로 수익을 내는 일종의 자활공동체다.

이곳을 설립한 이는 무카이야치 이쿠요시(63·사진)씨. 그가 지난 2~3일 열린 ‘2회 한·일 국제 학술교류 워크숍’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베델의 집이 주목 받는 이유는 기존 정신의학계에서 실시되던 연구방법과는 다른 ‘당사자 연구’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당사자 연구는 2001년 베델의 집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기존 비장애인 연구자들에 의해 행해지던 치료와 연구의 한계성을 탈피한 새로운 연구방법이다.

당사자연구에서 장애인들은 직접 자신의 환청이나 환각 등의 문제 경험을 공유고, 공론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함께 해결방법을 찾고,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무카이야치씨는 “2001년 심각한 조현증을 앓는 젊은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었다”며 “무심코 그 젊은이에게 ‘우리 같이 연구해볼까’라고 얘기했더니 그 젊은이의 얼굴이 환해지며 무척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치료의 대상자였던 정신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상행동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존재로 변하게 된 것이 당사자연구”라고 설명했다.

당사자 연구법에서는 장애인들의 환각이나 환청도 하나의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장애인들은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신들의 환청, 망상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 원인이나 해결방법을 찾는 연구 활동을 한다. 예를 들면, ‘환청이 들렸을 때 어떻게 했더니 환청이 사라졌다’ 라던가 문제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나타났는지 함께 공유하는 것.

이러한 방법을 도입한 베델의 집은 이제 우라카와 지역과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베델의 집을 답사하러 오는 외지인들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고 베델의 집 사람들의 사업들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무카이야치씨는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도 정신장애인들이 지척에 있다는 사실에 지역주민들이 불안감을 표하기도 했었다”며 “요즘에도 크고 작은 충돌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에서 어떤 행사가 열리면 함께 하자는 제의가 먼저 오는 등 공존·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억압적 통제방식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 독특한 철학과 실천방식을 가진 베델의 당사자 연구가 갖는 의미가 크다.

무카이야치씨는 “‘정신장애인’이라고 하면 아직도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위험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세계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라며 “정신장애인 관련 제도 개선과 법 제정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문제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사회에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그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알려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