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 / 유원대 교수

(동양일보 백기영 기자) 세계의 무역중심 도시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로 전락한 것이 리버풀의 역사이다. 800년 전 작은 어촌마을에서 시작되어 산업혁명시기에 세계 최대의 무역항으로 성장한 곳이 리버풀이다. 20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영광이 전쟁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쇠퇴한 곳도 바로 리버풀이다. 이렇듯 급속한 성장과 쇠퇴를 경험한 리버풀이 1980년대부터 오랜 역사와 문화자산을 도시에 아로새기는 도시재생을 통하여 도시가 재도약하고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19세기 항구도시에서, 20세기 음악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대중문화도시로 우뚝 서고 있다.

리버풀 도시재생의 성공을 이끈 요소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맞춤형 재생전략, 역사문화자산, 공간계획, 전담주체, 독창적 재생정책 등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교훈을 집어보자.

첫째 교훈은, 단계별 맞춤형 재생전략의 추진이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리버풀의 도시재생은 3단계로 구분된다. 1980~90년대는 워터프런트를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의 시기이다. 워터프런트에 내재된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재생사업에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2008년까지의 시기로 도심중심 재생과 유무형의 역사문화자산을 접목한다. 리버풀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2004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2008년 유럽문화수도 개최 등 담대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물리적 재생효과를 극대화한다. 세 번째 단계는 현재까지로 도시전체로 재생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리버풀 원지역과 기존 원도심 지역의 재생을 연결시킴으로써 워터프런트와 도심부가 연결되는 거대한 재생축이 형성되었다. 도시마케팅과 재생을 결합함으로써 역사와 문화에서 시작한 재생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역사문화자산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이다. 리버풀 도시재생은 역사문화주도의 재생이라 할 수 있다. 시에서 건물디자인과 경관관리를 지속적으로 전개함은 물론 문화유산지구에서의 재생사업은 유네스코의 체계적 관리를 받고 있다. 과도한 개발계획은 사업을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역사문화자산의 소중한 가치와 배치되는 이익추구형 재생사업에 대한 지속적 관리를 선언한 것이다.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재생공간에 비틀즈와 관련된 다양한 어트랙션과 비틀즈샵을 입지시키는 등 비틀즈라는 무형의 문화를 유형의 재생공간에 지속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셋째 교훈은 도시재생의 의지를 반영한 공간계획의 수립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공간적 측면에서 리버풀의 장기적인 비전과 발전방향을 담은 통합개발계획, 지역개발 프레임워크, 지역계획 등 주요 법정 공간계획에서 도시재생을 가장 핵심적인 계획부문으로 설정하고 있다. 재생이 필요한 지역을 주요 재생지역으로 설정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여 재생의 방향과 토지이용을 계획하는 등 재생정책을 강조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일관성 있는 추진과 다양한 공간계획간의 정합성 유지는 리버풀이 도시재생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넷째는 전담주체를 통한 재생사업 추진체계의 일관성이다. 리버풀 도시재생을 전담하여 추진한 주체는 머지사이드 개발공사와 리버풀비전이다. 시기에 따라 역할의 변화는 다소 있었지만, 2008년 새로운 리버풀비전을 재조직하고 물리적 재생은 물론 비즈니스와 기업지원을 일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관계 기관들과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협력적 관계에서 리버풀의 도시재생을 책임지고 있다.

마지막 교훈은 주변부 쇠퇴지역에 대한 독창적인 재생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도시 주변지역의 재생에 있어서 공동체가 중심이 된 독창적인 재생정책이 효과를 보았다. 주변지역은 쇠퇴한 지역에 대해 새로운 색깔의 재생문화를 입히고 있다. 쇠퇴된 주거지에 대해 2011년에 접어들면서 철거대신 개량위주의 주택재생정책으로 선회하고 공동체 주도의 토지신탁이 만들어진다. 동네 마켓운영, 지역주민의 화합 등 비물리적 측면의 마을재생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상가지역에서는 빈 상점의 소유주가 에이전시에게 무상으로 건물을 임대하고 에이전시가 여건조성후 임차인에게 수익을 창출하게 하는 상가활성화 방식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상의 도시재생 교훈은 역사와 문화를 아로새긴 도시재생의 리버풀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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