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 남북 단일팀 성사에 메신저 역할
1991년 지바 단일팀 멤버 현정화·유남규도 적극 지원

세계선수권에 참가 중인 남북 선수들이 2일(현지 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의 퇼레산드 호텔에서 깜짝 남북 단일팀 시범경기를 펼쳤다. 사진 왼쪽부터 서효원, 김남해, 최현화, 양하은. /대한탁구협회 제공=연합뉴스

(동양일보 연합뉴스 기자) 한국 탁구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무려 27년 만에 남북 단일팀을 재연한 건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원조 단일팀'의 경험과 오는 8월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추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 참가 중인 한국 여자 대표팀은 3일 단체전 8강 대결이 예정됐던 북한과의 경기를 하지 않고 대신 단일팀을 구성해 나란히 준결승에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던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이다.

애초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직전까지 남북 단일팀 논의는 전무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논의가 촉발했다.

여기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가 40개 아시안게임 종목을 대상으로 단일팀 의향을 묻는 조사까지 진행하자 탁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탁구가 '원조 단일팀'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아시안게임을 탁구 중흥의 계기로 삼겠다는 탁구인들의 요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유승민 국제올림픽(IOC) 선수위원이 남북 탁구 교류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애초 6월 평양오픈에 한국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토마스 바이케르트 ITTF 회장을 통해 주정철 북한탁구협회장과의 3자 회동을 추진하는 중이었다.

유승민 위원이 적극적으로 나선 후 2일 현지에서는 'ITTF 재단 창립 기념식'에서 남북 선수 각 2명이 교차로 호흡을 맞춘 깜짝 단일팀의 복식 이벤트가 경기가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세계선수권에서 '단일팀을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나왔고, 바이케르트 회장이 받아들이면서 참가국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 구성이 성사됐다.

또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에 단일팀 멤버로 참가해 북한의 리분희와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던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단일팀 멤버였던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도 지원군 역할을 했다.

유남규 감독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남북 선수단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면서 '남북이 깜짝 이벤트 경기를 한 후 갑작스럽게 여자 대표팀의 단일팀이 구성돼 놀랍고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어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했을 때도 가슴이 벅찼는데, 27년 만에 단일팀이 재현되니 뭉클하다'면서 '평양오픈과 코리아오픈에 남북 선수들이 번갈아 참가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일팀이 이뤄져 화해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탁구는 어떤 종목보다 남북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정화, 유남규 감독은 물론 남녀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택수, 안재형 감독도 북한의 주정철 서기장과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오픈대회 등에서 만날 때마다 대화를 나누며 형제애를 과시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단일팀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원조 단일팀 종목인 탁구가 맨 앞에 서야 한다는 탁구인들의 소망까지 겹쳐지면서 세계선수권에서 27년 만의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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