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흡충' 국내 50만명 감염 추정

간흡충 알 감염률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간디스토마(간흡충·肝吸蟲)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인체 장내 기생충이 간디스토마로 확인됐다.

2005년부터 실시한 정부의 기생충 퇴치 사업으로 인해 회충,요충 같은 토양 매개 기생충의 경우 퇴치 단계에 도달했지만, 간흡충 등 식품 매개 흡충류 감염은 금강 등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금강 등 5대강 유역 32개 시·군 주민 3만86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1종의 장내 기생충 감염률 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간흡충 알이 1개라도 나온 양성자 수는 1522명으로 전체의 3.9%였다. 100명 가운데 4명 정도가 간흡충에 감염됐다는 얘기다.

간흡충 감염률은 2005년 9.1%에서 12년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지만 전체 기생충 감염률(5.0%)의 상당 부분이 간흡충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생충은 강이나 호수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충청권에서는 금강과 대청호를 끼고 있어 민물고기를 접할 기회 많은 옥천이 대표적이다.

2011년 조사에서 옥천군의 감염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22.5%였다. 4.5명 중 1명의 간에 기생충이 살고 있던 셈이다.

옥천군은 2012년부터 간흡충 퇴치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7년까지 1만3775명을 검사해 양성 반응자 1135명(8.2%)을 치료해 지난해 감염률을 2%로 떨어뜨렸다.

옥천군은 올해도 지난 3월 1000명을 대상으로 간흡충 검사에 나서 한국건강관리협회에 조사 의뢰했다.

전국민 대상 기생충 감염 실태 조사는 2012년 8차 조사(당시 간흡충 감염률 1.9%) 이후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건강관리협회(옛 기생충박멸협회)가 매년 실시하는 15만건의 건강검진 결과로 전국 간흡충 감염률을 추산해 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협회 데이터로 추산한 전국 간흡충 유병률은 1.3% 정도로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50만명 정도가 간흡충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간흡충이 몸에 들어오더라도 수가 적으면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고 이겨내기도 하지만, 유충 형태로 100마리 넘게 감염되면 여러 증상을 겪을 수 있다.

감염된 민물고기 생식으로 간흡충이 사람에게 옮아가면 담도(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이 내려오는 길)로 들어가 기생한다. 제때 구충되지 않으면 20∼30년간 담도에서 살며 만성 염증을 만들고 담도세포의 변성을 초래, 결국 담도암을 유발한다.

담도암은 위 내시경처럼 뾰족한 스크리닝 방법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대부분 어느 정도 진행된 2·3기 상태로 발견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1년 간흡충 감염증을 담도암의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국립암센터 연구에 따르면 담도암 발생에 대한 간흡충증의 기여 위험도는 9.4%로 B형 간염(11.9%) 다음으로 높았다.

또 국내 다수 논문 분석 결과 간흡충 감염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담도암 발생 확률이 4.65배 높았다. B형 간염(2.62배), C형 간염(1.83배)보다 위험도가 더 높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간흡충 같은 식품매개 흡충류 감염은 가장 퇴치가 늦은 기생충 질환”이라며 “2025년까지 감염률을 1% 아래로 떨어뜨리는 걸 목표로 퇴치 사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청의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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