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충북도 휴양문화팀장

이창규 충북도 휴양문화팀장

가을비처럼 서늘하게 다녀가신 비가 그쳤다. 싱그러운 5월의 아침이다. 거실의 커튼을 열어젖히자 우암산의 검푸른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잠자는 하늘 님이여 / 이제 그만 일어나요 / 그 옛날 하늘 빛 처럼 / 조율 한번 해주세요’ 라는 ‘조율’이라는 노래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 옛날의 하늘빛은 어떠했을까?

많은 시인과 가객들의 작품을 보면 그 옛날의 하늘빛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미당 서정주는 그의 작품 ‘푸르른 날’에서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음을 노래했다. 윤극영의 동요 ‘반달’에서는 푸른 하늘 은하수를 건너가는 쪽배 같은 반달이 샛별을 등대 삼아 가기도 잘도 간다는 노랫말을 엮어내고 있다.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다움운 대상이 바로 하늘이었다. 그 맑고 순수한 하늘을 그리움의 빛깔로 오롯이 담아낸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함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하는 윤동주의 ‘서시’에 이르러서는 하늘은 신앙의 경지를 넘나들고 있다.

봄철이면 우리나라 상공을 뒤덮는 황사에 대한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는 황사현상을 흙비(雨土)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태종실록 11권에는 ‘동북면 단주에 흙비가 내리기를 무릇 14일 동안이나 하였다’고 기사하고 있으며 세종실록 28권에 '이제 흙비가 내릴 듯하니, 밀·보리가 성숙되는 즉시즉시 재촉하여 베게 하라.' 하는 전지를 경기감사에게 내리고 있다.

또 중종실록 81권에는 어사 김익수가 지방 감찰을 마친 뒤 마량과 서천포에 소장된 병기는 오랜 세월 동안 흙비를 맞아 화살의 깃이 모두 파손되어 사용할 수가 없었다는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황사가 민초의 생업에서 국방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륙으로부터 건너오는 황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구 자전방향이 바뀌기 전에는 불변의 자연현상이다.

특히 산업화와 개발만능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화석연료 사용과 굴뚝산업은 새로운 환경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빈번한 발생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 미세먼지 지수가 예보되고 부분적으로 생활의 편의와 활동에 제한을 받기 시작했다.

앞으로 개인이 불편함을 참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규제와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울한 뉴스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화석연료 양이 줄어드는 것 역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닐 것이다.

화석연료를 현재 수준으로 채굴할 경우 석탄 118년, 석유46년, 천연가스 59년, 우라늄 80년이라는 가채년수가 남아있을 뿐이다. 불과 4세대가 지나면 화석연료 제로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맑고 푸른 하늘빛은 지구환경과 인류 생존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이다. 인류가 호흡하는 대기의 질적 수준을 개선하는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인 나오미 클라인은 인간의 노력으로 충분히 지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전제조건으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자본이 움켜쥐고 있는 부와 권력 그리고 각종 산업의 붕괴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하고 안락함에 길들여진 인류가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자본이라는 괴물이 헤게모니를 내놓지 않을 것 또한 분명하다. 인간이 상상하는 조율에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깨닫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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