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12-10 20:54 (월)
프리즘 / 지속가능한 소확행(小確幸)을 위하여
프리즘 / 지속가능한 소확행(小確幸)을 위하여
  • 연하은
  • 승인 2018.05.15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하은 청주시 율량사천동 주민센터 주무관
연하은 청주시 율량사천동 주민센터 주무관

요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신조어 중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단어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을 말한다. 소확행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 (1986) 에서 처음 쓰인 말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햇볕에 잘 말린 흰 티셔츠를 머리부터 입을 때,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일 등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본인만의 행복한 순간들을 소개하며 누구나 삶에서 소확행의 기쁨을 누릴 것을 종용한다 .

30여 년이 지난 지금 소확행이라는 신조어는 대한민국 2030세대의 삶을 대변해준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지만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에 지친 젊은이들이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소확행에 열광하는 것이다.

시간이나 돈 그리고 노력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반드시 보장되는 소확행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여러 대답이 있을 수는 있지만 확실한 행복의 전제조건은 ‘몰입’이다. 행복한 순간들은 너무도 많아서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순간들의 공통된 본질은 결국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에 있다.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그것이 주는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고 또 그 순간이 주는 순수한 행복감에 충만하게 된다. 몰입의 경험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준다.

가장 좋아하는 미술 작품인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를 보기 위해서 혼자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 간 적이 있다. 페인트 자국과 질감이 느껴지는 원작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감격스러웠다. 또한 원본이 주는 강력한 아우라에 압도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나와 그 작품만 남겨진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작품을 감상했다. 이러한 몰입의 경험은 책에 인쇄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기억을 환기시켜준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그 작품을 보러 간 경험은 다시 되풀이하기 어렵지만 몰입의 기억은 두고두고 남아 떠올릴 때마다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몰입의 행복을 조금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 행복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다. 혹자는 여행할 때 사진기를 가져가는 것은 그 순간 자체보다 기록에 목을 매는 주객전도 행위라고 한다지만 여행을 몇 번만 다녀와도 알 것이다.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여행은 기억에서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기록을 되짚으며 그때의 기분과 느낌 심지어 냄새까지도 기억해낼 수 있다. 기록은 삶의 영역을 더 확장해준다. 사람의 기억은 매일 새로운 기억으로 덮여 점점 희미해지기 때문에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기억 촉발제가 바로 기록이다.

순간에 몰입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기록해서 곱씹으며 그 행복을 오래도록 가져가면서 삶의 스펙트럼을 더 풍성하게 가꾸는 것 그것이 바로 소확행을 실천하는 삶의 모습이다. 각자의 행복과 몰입 거리를 찾아서 순간의 소비에만 머무는 삶이 아니라 행복의 시간들을 다시 기록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기억력 대회 챔피언 조슈아 포어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살면서 점점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특별히 기억할 것이 없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서라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을 비슷한 일과를 반복하며 보낸다. 이럴 때 소소한 행복을 찾는 기쁨조차 없다면 우리의 삶은 하나의 압축파일처럼 그 부피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확실하지만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 누리고 이러한 ‘소확행’의 경험들을 기록하고 기억한다면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