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TS, 사람·개·고양이 통해 2차 감염

진드기에 직접 물리지 않아도 SFTS에 이미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을 통해 2차 감염될 수 있다.

(동양일보 김홍균 기자) 야외활동하기에 좋은 계절.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야생진드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불청객으로 등장했다.

4월 20일 충남 청양에 거주하는 62세 여성이 야생 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SFTS 환자는 4월에 4명, 5월에 3명 등 모두 7명이 발생했으며, 이 중 1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진드기에 물린 환자는 272명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54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3월에서 6월 기간 동안 진드기의 감염률이 7월에서 12월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 봄철 야외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진드기에 직접 물리지 않아도 SFTS에 이미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을 통해 2차적으로 감염될 수 있는 사실이다.

진드기는 주로 우거진 풀, 낮은 관목, 낙엽 등에 숨어 있다가 동물들이 근처에 다가오면 채취, 체온, 움직임 등을 감지하여 동물의 몸에 붙는다.

집에서 진드기에 물린 환자를 돌보던 가족과, 병원에서 SFTS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이 각각 2차로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들 2차 감염은 모두 환자의 체액 등 분비물과 밀접한 접촉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의료진 감염의 경우 감염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던 의사와 간호사 등 4명이 혈청검사에서 SFTS 바이러스에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 또 그해 SFTS로 숨진 남편과 가정 내 접촉이 많았던 아내에 대한 혈청검사와 SFTS 바이러스 유전자검사(RT-PCR)를 거쳐 가족 간 2차 감염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세계적으로도 SFTS의 2차 감염 사례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앞선 2012∼2013년 사이에 3건의 가족 간 2차 감염 사례가 국제학술지를 통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통한 SFTS 2차 감염 사례가 세계 처음으로 발표돼 충격을 줬다.

일본 도쿠시마현의 한 40대 남성이 SFTS에 걸린 개와의 접촉으로 2차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이 키우던 반려견은 그해 6월말 동물병원에서 SFTS로 진단됐다.

일본에서 지나해 7월 길고양이를 통한 SFTS 감염 사례도 보고됐다. 길고양이를 동물병원으로 옮기려던 50대 여성이 고양이한테 물린 뒤 사망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 남성이 진드기에 직접 물린 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반려견이 산책 중 진드기에 물려 SFTS에 걸린 뒤 주인한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했다. SFTS 바이러스가 입이나 피부 속으로 침투해 몸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에 의한 SFTS 2차 감염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해외전염병과 남향미 연구팀이 국제학술지(Ticks and Tick-borne Diseases)에 보고한 논문을 보면 2016년 한국동물보호소의 개 426마리와 고양이 215마리의 혈액샘플을 수집해 SFTS 바이러스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한 마리의 개(0.2%)와 한 마리의 고양이(0.5%)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는 국내 개와 고양이에서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된 첫 사례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SFTS는 주로 4∼11월에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주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린 후 38도에서 40도 정도의 고열, 소화기 증상(오심, 구토, 설사) 등을 나타내는 감염병이다. 2013년에는 36명에 불과했는데, 매년 증가해 지난해 272명까지 늘었다. SFTS는 예방백신과 SFTS 치료제가 없어 농작업·등산 등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보건당국은 '과거에는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야만 SFTS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사람간 감염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을 통해 2차 감염이 확인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야외활동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만, 동시에 SFTS 의심환자나 의심동물을 대할 때도 2차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충청의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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