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청주시흥덕구세무과주무관

김명희 청주시흥덕구세무과주무관

우리는 종종 원하지 않는 것을 해야만 하는 일과 마주친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좋으련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원치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관습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레밍 딜레마’.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무심코 들춰본 이 책은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이 책은 내용이 짧고 삽화가 그려져 있어 쑥쑥 흘려 읽다가 후반부 깊이 읽고 생각하기부분에선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었다.

레밍들은 무리가 일정 이상 불어나면 집단을 이뤄 일직선으로 이동해 호수나 바다에 빠져 죽는 습성이 있는데, ‘레밍 딜레마는 레밍들이 이렇게 집단 자살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은 한 레밍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우화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미는 항상 레밍들이 왜 절벽 밑으로 점프를 하는지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다가 점프를 결사반대하는 쥐들을 만난다. ‘레니는 속삭인다. “우리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걸 원치 않아라고 말이다. 다른 대안은 없고 그저 뛰어내리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미는 뭔가 이 모임의 존재 이유가 부정적인 것 같이 느껴진다. ‘에미는 답답함을 느낀다. 뭔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타결책은 없을까?

에미는 반대편 절벽 위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를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된다. 그리고 초원 너머의 더 큰 세상을 바라본다. 결국 고무나무 잎을 엮은 탄력 있는 줄을 새총처럼 생긴 나무에다 자신을 묶은 후, 줄을 허리에 걸친다. ‘에미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에미는 줄을 끊고 협곡 위를 높이 날아 맞은편 미지의 더 큰 세계로 비행한다.

지난 연말, 운동모임에서 임원진의 임기가 끝나 새롭게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야 했다. 청소며 운동실 개폐에, 직책을 맡으면 이런저런 잡다한 일이 많으니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땅바닥만 쳐다보다가 한 사람, 두 사람이 회의실을 빠져나가더니 결국 남은 사람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회의는 흐지부지 마무리됐고 결국 그달 운동은 조기 폐강됐다.

운동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한 것으로, 건강과 재미를 가져다주는 사회활동이니 역할 분담은 당연한 일이다. 의견을 모으다 보면 분명 더 나은 해결책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은 결과였다.

크고 작은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부정적인 감정들로만 가득 찬 레밍이 아닌지 또는 아무런 주체의식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수많은 레밍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생활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힘들고 버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삶에 플러스가 되는 선택을 위해 인습과 타성에 젖은 내 안에 레밍이 없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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