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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임금차별타파의 날
풍향계/ 임금차별타파의 날
  • 유영선
  • 승인 2018.05.17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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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유 영 선 동양일보 상임이사

(동양일보)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매일 가운데는 수많은 기념일들이 있다.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과 24절기, 국경일 공휴일 등 국가가 제정한 각종 기념일, 크리스마스 부처님오신날 등 종교적인 축일, 창립기념일, 개교기념일, 단체들이 만든 기념일, 그리고 개인적인 생일 제사 등이 그렇다. 여기에다 재미로 만들어진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삼겹살데이 같은 날들을 보태면, 달력은 온갖 기념일들도 빼곡해진다.

그 많은 날 가운데 오늘(5월18일)은 ‘임금차별타파의 날’이다.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우리 사회의 임금 성차별 문제를 타파하자고 제정한지 두 번째를 맞는 날이다. 임금차별타파의 날은 남성정규직 임금대비 여성비정규직 임금을 계산해서 정한 것으로 그 차액만큼 여성이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17년 8월 기준 남성정규직 월평균임금 342만원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비정규직 월평균임금 129만원은 37.7%이며, 이 수치를 1년으로 계산하면 5월18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엊그제 한 여성관련 기관의 채용면접에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업무자체가 여성관련 업무로 경력과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지만, 비정규직인 계약직이라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궁금했는데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응모를 해서 반가움과 걱정이 교차했다. 좋은 인력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은 업무의 질을 위해 반가운 일이지만, 비정규직임에도 많은 여성들이 몰려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 씁쓸했다.

그 기관의 지원 서류는 흔히 보는 서류와 양식이 달라서 매우 신선했다. 말 그대로 블라인드 서류였다. 생년월일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법적 연령인가만 확인하는 난이 있고, 남녀 성별표식은 물론 학력이나 고향 결혼여부 등은 아예 적는 난이 없었다. 다만 전문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원하는 부서와 관련된 과목의 공부를 한 경우, 과목명과 수강시간을 적게 했고, 경험난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를 기록하게 했다. 대신 직무계획서를 자세히 쓰게 했다.

그러니까 그 지원 서류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지닌 일반적인 선입관, 즉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학위를 가졌는지, 나이가 얼마인지, 신입인지, 경력단절여성인지, 고향이 어디인지, 심지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좋은 일꾼을 뽑기 위해선 면접자가 제출한 직무계획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업무의 전문성이나 자질을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취업을 위해 마음 졸이며 서류를 준비했을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긴 시간동안 화장실 한번 가지 못하고 인터뷰에 집중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서 그들 모두가 취업이 되어 직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생각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그러나 면접자나 심사위원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만 선택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선택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다시 인터넷을 뒤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헤맬 것이라는 것을. 그 자리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가리지 않고.

오늘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이 지나쳐질 ‘임금차별타파의 날’. 왜 임금에 비정규직과 성차별이 존재할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여성노동자의 52.4%가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이 바로 성차별이 아닌가. 여성이라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비정규직 일자리이기 때문에 여성을 채용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불균형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오늘 전국 11개 지역에서 기자회견과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우리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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