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미 취재부 기자

박 장 미 취재부 기자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최근 영화관을 찾았을 때 화장실 칸막이 곳곳이 검은색 테이프와 스티커 등으로 도배돼 있어 놀란 경험이 있다. 테이프와 스티커가 가리고 있는 것은 아주 작은 구멍들이었다.

요즘 몰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실리콘이나 스티커를 가지고 다니면서 의심되는 구멍들을 막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던 청주YWCA 관계자의 말이 생각이 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내 몸을 엿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그 공포감이 급기야 여성들에게 실리콘과 테이프, 스티커를 챙겨 다니게 한 것이다.

몇 달 전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몰카 금지 응급 키트’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화장실 몰카 금지 키트는 불법촬영의 법적 처벌을 알리는 경고문 스티커와 구멍을 막는 소형 스티커, 카메라 구멍을 부수는 송곳, 구멍을 막는 실리콘, 쳐다보지 말라는 뜻을 가진 배지 그리고 파우치가 담겨있다. 이 프로젝트는 목표금액의 627%를 초과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많은 여성들이 몰카 범죄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회사원 이모(여·27)씨는 “불안감 때문에 공중화장실 이용이 꺼려진다”며 “친구들 중에는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실리콘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일상 속 얼마나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확실히 알게된 씁쓸한 경험이었다.

몰카가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하자 여성단체들도 몰카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청주 YWCA는 몰카 범죄와 같은 신종 디지털 성폭력을 퇴치하기 위해 지역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몰카 퇴치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몰카범죄에 대한 설문 및 모니터링, 공공시설 관리 및 운영자들과 함께 여성 안전을 위해 공간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간담회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충북경찰청은 '여성 대상 범죄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여성 상대 악성 범죄에 대한 여성 불안감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 몰카 범죄 처벌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불법촬영물은 보지도, 유포하지도 말아야 한다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하루 빨리 모든 여성들이 마음 놓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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