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발언을 비난한 데 이어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탈북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면서 대남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의 압박은 내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과 다음달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의 기선을 제압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중요 회담이나 행사를 앞두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직전에 이를 취소하거나 판을 뒤흔드는 행태를 자주 보여 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북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함께 열어 가자고 약속한 ‘판문점 선언’ 이후에는 북한이 달라질 것으로 우리는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자 역시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종업원 집단 탈북사건 발생 직후 이들이 납치됐다며 송환을 요구하긴 했지만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바뀐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최근 국내에서 북한 여종업원들의 ‘기획탈북’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다시 부각되자 북한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남압박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한줌도 안 되는 인간쓰레기들의 발광으로 첫걸음을 뗀 북남화해국면이 다시금 엄중한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또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강연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당국은 사태가 더 험악하게 번지기 전에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북한의 숨은 속셈은 뻔하다. 자신들의 계산법에 맞춰 회담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몽니는 국제사회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정성만 의심받게 할 뿐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결단만이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도 북한이 몽니를 부릴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민감한 시기에 굳이 우리 쪽에서 먼저 북한종업원 기획 집단탈북설을 제기했어야 했는지, 태영호 전 북한 공사를 국회에 등장시켜 강연을 하도록 노출했어야 했는지, 탈북자단체의 전단 살포가 시의적절 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일이다. 협상전략 차원에서도 북한에게 패를 먼저 보여주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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