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6월 13일 실시되는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움직임 빨라졌다. 현직 자치단체장들도 대부분 사퇴를 하고 예비후보등록을 하여 경선에 임하였으며 이번 주 후보등록이 끝나면 5월말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흔히 선거는 전쟁에 비유된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듯이 선거에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 후보가 참모들과 모여 선거대책회의를 하고 늦은 밤 다시 모여 그날의 성과를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전쟁에 실탄이 필요하듯 선거에도 실탄(돈)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실탄이 많은 쪽이 유리했다. 요즈음 그 상황이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다. 이런 이유로 선거가 끝나면 공직은 전리품처럼 배분된다. 미국에서도 엽관주의가 유행하던 시절 ‘전리품은 승리자에게 속한다’는 슬로건이 공공연히 정계를 지배하였다.

선거는 일종의 경쟁이다. 경쟁에는 승자와 패자만 존재한다.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각 진영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선거에 임하는 이유도 선거는 당락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상대방이 살고 내가 살면 상대방이 죽는 비정한 현실이 선거판에는 상존한다. 따라서 선거에 뛰어든 후보는 자신이 살기위해서 상대후보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잔인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특히 당내 경선이 치열할수록 본선에서는 그것이 후보자의 발목을 잡는다. 우리는 흔히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하여 정당 내에서 후보자간 경쟁을 당연시하고 그것이 치열할수록 민주적인 정당이라고 여긴다. 사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정당수준이나 후보자수준을 보면 경쟁과 민주성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후보자선출을 둘러싼 정당의 파행적 운영이나 후보자들의 탈당 및 다른 정당 출마 혹은 무소속 출마가 이를 증명한다.

당내경선에서 죽기 살기 식으로 하면 본선에서 자당후보의 협력을 받기 어렵다. 예선에서 치명상을 입고 본선에서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선에서 죽기 살기 식으로 하면 어떨까.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선거후 한 지역에서 살면서 견원지간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것은 때때로 후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애꿎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양산한다.

때때로 후보자간 지나친 경쟁은 각 진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유발한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개발 등 지역현안과 연계되어 지속적인 정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역갈등의 원인을 찾아가다보면 그 근원에 선거 때의 대립상황이 문제를 달리하여 그대로 잠재된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사회도 많이 안정되어 있고 국민들의 수준도 성숙해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경험과 학습을 통한 결과이다. 따라서 무리한 이념논쟁으로 표를 얻으려한다거나 무모한 마타도어 또는 얄팍한 술수를 통해서 유권자를 현혹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선거에서 당락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방을 죽이듯 덤벼드는 행태나 경쟁을 통해서 나타난 결과에 대해 불복을 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분명한 선택을 표명해야 한다. 최근 일부지역에서 당내 경쟁자가 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다든지 개소식에 운동화를 사들고 가서 격려하는 훈훈한 소식을 접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성공할 수 있는 정치재목이라고 본다.

후보자의 질은 유권자의 참여를 통해서 결정된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에서 예선을 거친 후보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민선 지방자치 20년이 훌쩍 지나면서 지역주민들의 인식과 관심이 변하고 있는데 과연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자세와 유권자들에 대한 접근방식은 그에 걸맞게 변했는지 의문이다. 또 선거운동 행태는 어떻게 변해서 나타날지 궁금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유권자와 후보들 모두 지방자치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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