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09-21 12:23 (금)
동양칼럼/ 대학의 종말에 대비하는 태도
동양칼럼/ 대학의 종말에 대비하는 태도
  • 이현수
  • 승인 2018.05.27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수 논설위원 / 중원대 교양학부 교수
이 현 수 논설위원 / 중원대 교양학부 교수

(동양일보) 지난해 7월, 87년생 임정기는 세계 3대 디자인학교로 명성이 드높은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 교수로 임용됐다. 박사 학위 없이 교수가 된 그는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실전형’ 인재다. 그의 분야는 디자인 싱킹이다. 생소하다. 뭔가 살펴보니 인간의 필요에 공감하고 대중이 모르는 잠재적 욕구를 발굴해서 시제품까지 만들어보는 과정을 말한다.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인간 중심 관점으로 찾아내 해결하기 때문에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론으로도 불린다. 이미 구글과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입한 혁신적 경영기법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세계적 추세가 그러하니 그의 교수 채용은 매우 실용적이며 학생 친화적이다.

대부분의 우리 대학들은 100명 안팎의 학생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교수는 현장과 다소 괴리가 있는 이론 중심의 지식을 가르친다. 주입식 강의를 듣는 동안 학생들은 실무지식과 창의력을 추동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가르치는 이도 공부하는 이도 알고 있다. 그러나 혁신은 난망하다. 그렇게 대학은 공급자 중심의 이론교육이 현재진행형이다. 고전 100권 읽고 졸업하는 세인트존스 대학, 스토리텔링 만화책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한 콜롬비아 대학, 세계 6개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 전문가, 정치인, 기업인을 만나 토론 수업을 하고 졸업하는 미네르바 스쿨, 규모에 천착하지 않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작지만 강한 실용 대학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교수들끼리만 돌려보는 문헌연구 중심의 논문을 생산하고 학위 중심의 채용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대학 평가의 잣대에 치여 취업률에 대학들은 천착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 대학들의 현주소이다. 후기 농업문명시대에 시작된 분절화되고 세분화된 학위논문으로 교수의 업적을 평가하는 작금의 관성은 변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린 여전히 고도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앞에서 여전히 논문 중심적 성과에 머물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자성과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알지만 애써 눈을 감는 것은 학생에 대한 대학의 갑질이다.

다가올 10년 후 기술을 예측 못하는데 낡은 지식 주입식 강의는 이제 혁신되어야 한다. 전 인류의 지식을 섭렵해도 익힐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지 모른다. 과거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학생들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도처에서 얻을 수 있다. 대학이 기존 방식으로 체계화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임계점에 이르렀다.

작년 12월 22일 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대학들이 온라인 교실로 연결되면 몇 개의 슈퍼 대학만 남고 나머지는 종말적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아메리칸 인터레스트’는 향후 50년 안에 미국 4500개 대학 중 절반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학습 생태계는 온라인 강좌 시스템과 만나면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뚜벅뚜벅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굳이 저 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우린 여전히 고착화된 교실 안 이론교육에 머물고 있다. 세상은 변해가고 학생은 줄어드는데도 대학 모델만이 수 백 년째 그대로다.

우리 대학들이 이 판국에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할 일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서비스 질 향상이다. 학생 다수가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을 이수하고 대책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암담한 상황에서 전공과 변화 적응력의 기반을 훈련시키는 대학으로의 학습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대학은 외형적 확장과 규모의 정형화에 연연해하지 말고 인문학과 과학이 만나는 실용학문 채택이 되어야 한다. 가르치는 이의 인성과 현장성에 바탕을 둔 혁신채용은 역량 강화의 첫걸음이다. 공공재로서 반듯한 본분을 지키며 사회 모두가 더불어 먹고 살 수 있는 학문을 가르치는 대학은 이 모진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산업구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적 성찰로 채비된 교육의 진정성과 가성비만이 승부수다.

그것이 다가올 대학의 종말에 대비하는 대학역량평가의 본질 아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