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진 예미담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임성진 청주예미담병원장

(동양일보)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말 그대로 우울감을 주로 호소하며 다양한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수면 장애, 식욕감소, 무기력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90% 정도에서는 불안증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보통 일반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연령에 따라 그 증상에 약간씩의 차이를 보인다.

아동기의 우울증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더 빈번해지는데 소아, 청소년, 성인 모두 주요 증상은 비슷하지만 나이와 성숙도에 따라 그 표현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린 나이의 아동에서는 기분에 따른 환청이 들리거나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화를 자주 내고 친구를 비롯한 대인관계가 위축되거나 집중력 저하로 인해 성적이 떨어지는 등의 형태로 양상이 바뀌게 된다. 청소년기가 되면 감정에 무감각해지거나 심각한 정신운동의 지체, 망상, 과도한 상실감 등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청소년기에는 인생의 경험을 통한 생각이나 행동의 신중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동기의 우울증은 학동기 아동의 1%, 청소년기에는 1-6%로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이 증가하는데 대개 가족력이 있으며 일찍 발생할수록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인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초등학교 아이들의 경우 가정환경, 외모나 자존심의 문제, 또래와의 관계, 학업 성적 등과 같은 원인에 의해 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와 같은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서 벗어나게 되는 경우 증상이 상당 부분 호전되기도 한다.

청소년기에는 대개 입시부담이나 학내 폭력, 부모의 처벌에 대한 공포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한 회피심리, 주변에 대한 강한 분노로 인한 보복심리, 욕구가 좌절된 경우 충동적으로 생길 수 있는 자해심리 등이 우울증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의 우울증을 진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성인에서와는 다른 양상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우울증에 의해 나타나는 기분의 동요가 사춘기 시절에 나타나는 것과 동일하게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나친 짜증과 변덕, 수면과 식욕의 변화, 일상생활의 흥미상실, 대인관계의 축소 등의 행동 변화를 보일 때에는 우울증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필요한 경우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성 우울증은 노인 인구의 15%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직업의 소실, 내과 질환 등이 우울증에 취약하게 하는 요소라고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으로는 기운이 없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식욕이 저하되어 체중이 줄어들거나 집중력이나 기억력의 저하와 함께 우울감 보다는 신체적인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보통 내과 질환이나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우울증이라고 증상이 다 같은 것은 아니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증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났을 때 가볍게 넘기기 보다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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