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 비방과 폭로와 나라 형편에 안 맞는 공약 그리고 그런 사안에 따라 춤추는 여론을 보면서 돋보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는 사물이 복잡하거나 미세할 때 돋보기로 보곤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돋보기를 들이댈 만큼 전문성 없이도 어림짐작으로 보이는 것들을 짚어본다.

1. 먼저 고장의 인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인데 지역 현안은 뒤로 한 채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만 믿는 듯 하고 야당들은 ‘드루킹 특검’ 이 선거 공약이 된 듯하다. 거기에 남북회담과 북․ 미 회담으로 지방 선거는 밀리는 분위기이다.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선거 포스터에 사용하더니 이번에 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는 목소리만 높이고 수도권 중심으로 생각하고 집행하는 고질적 병폐를 고치거나 막을 생각은 실종 되었으며 이것이야 말로 지방선거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이점도 여․ 야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똑 같다.

3. 기껏 공약이라는 것도 지역에 알맞지도 않은 거대한 시설이나, 행사, 복지에 관한 것이고 하나 같이 많은 예산이 드는 것이다. 또 경계가 없는 공약이 많다. 각종 업무를 위해 중앙에는 부처와 각종 청이 있고 시․ 도와 시․ 군에도 해당 기관이 있는데 중앙에서 할 일을 지방에서 하겠다는 것도 불합리한 일이다. 그렇게 해서 뽑힌 기초의원이 국회의원이나 중앙 부처에서 할 일을 시․ 군 의회에서 발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든다.’ 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4. 여기에 편승한 ‘날쌘 돌이’ 들이 있다. 각종 체육대회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고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추진하겠다든지 자매결연 을 맺겠다는 등의 공약도 내가 선점하겠다는 식으로 성급하다. 이런 일은 여러 가지 사례와 안전, 비용, 정적인 효과 등 종합적인 연구 후에 할 일이다. 북한 관광 중단의 원인이 된 2008년 7월11일 금강산 장전 해변에서 있었던 박 왕자 씨 피살사건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5. 다른 지방 선거에 비해 후 순위로 밀리고 있는 교육감 선거도 매우 심각하다. 학교는 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인데 그런 본질보다는 학생과 학부형에게 인기 있는 일만 하려는 포플리즘이 너무 심하다, 급식, 교복, 버스요금, 친환경생리대까지 무상으로 주겠다는 공약들을 내세우며 이 문제는 표를 의식하여 진보 ․ 보수 후보 모두 같은 공약들을 하고 있다.

6. 1991년 지방 자치를 실시한 이후 이제 지역마다 골골이 선거로 인한 갈등과 파벌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이로 인한 앙금들은 당선이 돼도 발목을 잡고 또 심한 경우 후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선거운동 했던 사람들 간의 갈등과 분열이 지속될 뿐 아니라 또한 우리나라에 언제부터인가 남북 간의 차이와 갈등이 남남 갈등으로 변했고 이번 지선에서 더 심각한 것은 당내 경선이 본선 보다 더 치열한 곳도 있고 이런 지역에선 전에 없던 각 진영 내의 갈등이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갈등을 안고 나라가 번영하며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7. 공약에 따르는 예산은 생각하지 않고 발표하는 무책임을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공약에 필요한 재원은 화수분 (재물이 자꾸 생겨 암만 써도 줄지 않음)이 아니다. 설령 예산이 있다 해도 그 재원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 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번 선거판을 보면서 무책임한 후보자나 정치권이 마치 철부지 어린애 같기도 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양심 있는 유권자의 투표’ 이다. 어려울 때마다 인내하고 슬기롭게 극복한 민족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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