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실 청주시청원구율량사천동

정진실 청주시청원구율량사천동

(동양일보) “세상에는 고백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것들이 있지요. 저는… 자전거를 탈 줄 모릅니다.”

장 자끄 상뻬의 삽화책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의 주인공 라울 따뷔랭은 자전거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정작 자신은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그의 비밀은 그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사진사 피그뉴를 만나게 되면서 드러날 위기에 직면한다. 자신의 결점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사진사는 한 가지 고백을 하게 된다. 자신의 작품들은 실수로 우연히 찍혔으며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서로의 연약한 부분을 털어놓았을 때 둘 사이의 내밀한 긴장감이 해소되고 따뜻한 결속감을 느끼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릴 때부터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미대에 진학하고자 미대 입시학원에 다닌 적도 있었다. 미대를 포기하고 전혀 다른 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내게 색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고치는 라울이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것처럼, 미술을 하고 싶어 하는 나에게는 색을 조화롭게 나열하는 소질이 없었다. 다양한 미술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취약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됐다.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고,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와 관련해 심리 전문가인 브레네 브라운은 TED 강연회에서 ‘The power of vulnerability(취약성의 힘)’에 대해서 언급한다. 그녀는 우리 삶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은 ‘연결’이라고 주장하며 본인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해서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말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위해서는 진정한 자아가 돼야 하는데 이는 자신의 취약성을 완전히 포용할 때에야 비로소 이뤄진다. 더 두려워질수록, 더 취약해질수록 우리는 우리에게서 더욱더 취약성을 분리시키고 완벽해지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취약성은 감추려 할수록 더 취약해지고, 인정하고 드러내면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취약성에 대한 고백은 나와 타인을 더 깊이 결속시킨다. 우리의 깊은 마음속을 남에게 보여주고, 취약성을 다 내보이는 것은 온전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타인의 온전한 모습을 마주할 때 우리는 서로가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놓는 것을 망설인다. 취약성과 마주함으로 인한 우리 안에 있는 수치심, 열등감, 실망감 등의 연약한 부분들을 내보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고 마비시키려고 하지만, 선택적으로 감정을 마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브레네 브라운은 말하고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마비시키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즐거움과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도 함께 마비시키게 되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고 취약성을 포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약점까지 인정하고 털어놓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진심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해지려고 할수록 타인이 내 결점에 다가섰을 때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고 가지지 못한 면을 인정하자. 타인 또한 나와 같이 느끼며 서로의 결점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채워줄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한 결속감을 느낄 수 있다. 취약한 부분은 누구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어도, 완전한 사람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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