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모르고 정책 실종…유권자들 무관심
기호·정당 없는 ‘교호순번제’ 변수 떠올라

3일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후보가 괴산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위) 심의보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 율동을 하고 있다.(아래)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교육감선거는 공약과 교육철학을 꼼꼼하게 따져 투표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충북교육감 선거가 ‘후보 정보부재’, ‘기호·정당 없는 투표방식’ 등으로 ‘찬밥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지역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를 뽑는 교육감선거가 자칫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충북도교육감은 올해 예산만 2조6000억원에 2만여명의 교원 인사권은 물론 각종 교육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지역에서 교육감을 ‘교육 소통령’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2010년 이후 세 번째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교육감 동시선거로, 2014년 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시·도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 성격에다가 충북에선 11년 만의 진보 대 보수 ‘양자대결’의 의미도 갖는다.

하지만 교육감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 교육감 후보의 정책이나 신념, 교육철학을 알 수 있는 창구와 선거정보 등이 부족해 옥석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대결 대신 단일화로 후보를 결집하는 인위적 선거 대결구도로 흐르는 점도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채질한다.

지역 교육계 한 인사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 정책이나 교육철학은 물론이고 후보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다”며 “‘그들만의 리그’, ‘정치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절반 정도가 부동층으로 나타난 것도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를 대변한다.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교육감선거에만 적용되는 이른바 ‘교호순번제(순환배열방식)’도 저조한 관심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교호순번제는 기호 없이 순서를 바꿔가며 후보자 이름만 투표용지에 표기하는 방식이다. 충북에서는 사전추첨으로 A형(김병우·심의보·황신모), B형(심의보·황신모·김병우), C형(황신모·김병우·심의보)의 투표용지가 만들어져 기초의원 선거구별로 유형이 다른 투표용지가 배부된다. 사퇴한 황 후보의 기표 란에는 ‘사퇴’ 표시가 들어간다.

교육감 후보들은 이 같은 방식은 기호를 배정받은 정당후보와 헷갈려 ‘추첨’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청주시내 유권자 수가 가장 적은 상당구 ‘다’ 선거구는 2만1494명, 가장 많은 청원구 ‘차’ 선거구는 7만799명으로 4만9000명 가까이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유권자 수가 많은 지역에서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리면 상당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후보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당락의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병우·심의보 두 후보는 ‘이름 알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도선관위는 교육감선거와 관련,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 가치관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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