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시인

(동양일보) 김병우 교육감 예비후보는 지난 달 5월 17일, 충청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대혁신’으로 기초학력부터 미래학력까지 책임지는 교육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학생들의 학력을 접어두고 행복싸앗학교에 매진한 김병우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잘 알고 있던 학부모들은 김 후보가 선거가 다가오니까 ‘학력향상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학력고사가 없어진 후, 자녀학력을 가늠할 수 없어, 자녀 손목을 끌고 학원가를 기웃대던 학부에게는 더욱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성장하는 혁신교육을 만들겠습니다. 미래학력의 바탕이 될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단위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맞춤형 책임교육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한글 문맹률 제로화’를 실현하겠습니다. 교육의 기초를 더욱 튼튼히 함과 동시에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를 ‘행복씨앗학교 2.0으로 질적 내실화’할 것입니다. 행복씨앗학교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모두를 위해 책임지는 교육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며, 학교 공동체의 자발성에 기초한 학교 변화를 통한 학교 혁신을 추구합니다.” 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필자가 아는 학부모 한 분은 김병우 후보자가 말하는 교육혁신과 행복교육의 관계는 무엇이냐며 “혁신으로 행복을 만들 수 있느냐.”. “초등학교 저학년에 문맹자가 많으냐.”고 물어왔다. 실로 내가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었다. 여기서 그 발표된 공약 내용을 집어보기로 하겠다. 위에서 이어지는 내용에“충북교육의 변화는 행복교육 즉 교육혁신으로 싹을 틔웠던 만큼 앞으로 ‘기초학력부터 미래학력까지 책임지는 교육’을 만들어 가면서 교육혁신을 열매 맺도록 하겠습니다!”라는 공약에서 보면 행복교육과 교육혁신은 등가적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행복교육과 교육혁신은 싹틔웠으니 학력향상으로 교육혁신(=행복학교)의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지금 까지 학생을 불행하게 했던 주범으로 취급하던 “학력”을 슬그머니 교육공약 선거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혁신교육(=행복학교)을 ‘초등학교 저학년의 한글 문맹률 제로화’를 내용으로 이루겠다니, 이해하기 어렵지만, 행복학교를‘문맹률 제로화’로 만들겠다는 뜻 같으니 학부모님들은 학력 걱정은 많이 던 셈이 된다. 여기서 김 후보가 말하는 문맹률이라는 말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이나 교사용 지도서에는 없는 말이며 ‘문서해석능력’, ‘문해력’ 등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문해율이 OECD 최하위권’이라는 과거정권에서 보도된 내용을 환기시켜 선거공약용으로 작명한 것 같다. 스승의 날을 없애달라는 선생님들께 사기 진작을 위한 한마디 말도 없이, 단위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여 학력을 높이겠다는 교육계 수장의 공약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력 걱정을 덜 것 같아 다행스러움이 크다.



충북의 행복씨앗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의 복제품이다. 그것은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교에 시달된 공문의 오자까지 여러 곳에서 똑같이 발견됨으로써 확인된 사안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물론 어떤 교육계획이든지 좋은 모델을 벤처마킹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선 상대방 교육청의 계획이 타당한 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 때 장점과 약점이 짚어져야하고 가져올 때는 당연히 우리 현실에 맞는 좋은 행복씨앗학교의 사업들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벤처마킹의 기본이며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청에서는 계획서의 오자까지도 끌어 모아다가 학교에 전달하였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어느 학부모님이 교육청의 진정성과 철학을 믿을 수 있겠는가. 정말 우리교육청의 행복씨앗학교에 얼마나 많은 불량씨앗이 섞여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더니 마구잡이 모방을 일삼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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