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1969년 3월 ‘동백림’(동독의 수도인 동베를린) 사건의 재판결과 사형 2명을 포함한 실형 15명 등 수많은 사람들이 사법처리를 받아 대한민국을 인권후진국으로 후퇴시켰다.

1975년 4월9일,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섰던 사람들이 소위 간첩질로 몰려 8명이 대법원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소위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이다.

1981년 부산의 사회과학 독서모임이 국가전복 조직으로 몰려 학생과 교사 등 19명이 불법 감금·고문을 당한 뒤 유죄 판결이 나왔다. 부림사건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진실위의 재조사 등을 통해 과장, 조작된 국가의 잘못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 사법부에 지울수 없는 흑역사, 즉 대표적인 ‘사법살인’ 판결 사례다.

2018년 오늘, 대법원은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제 사용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즉각적인 수사의뢰를 통해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같은 참담한 일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국민들의 분노에 직면해 있다.

검찰의 수사에 대해 여론은 찬성과 반대 둘로 나뉘어 대치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조단에 의해 밝혀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비공개 문건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봐도 ‘BH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한명숙 판결 후 정국전망과 대응전략’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관할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등 사법부가 행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실행파일이다. 검찰수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특히 이같은 참담한 일을 지시한 사람은 물론 그 밑에서 수족처럼 움직여준 전현직 대법 수뇌부들은 당시의 양승태 대법원장 뒤에 숨어 눈만 굴리고 있다. 그들의 행태에 비애를 느낀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을 끌어다 게토에 감금했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그는 체포한 유대인을 열차로 수송하는 책임자였다. 종전후 용케 아르헨티나로 달아나 숨어 살던중 매의 눈 모사드에 포착돼 결국 이스라엘로 극비리 납치 후송된다.

재판과정에서 그는 끝까지 “국가의 지시였다. 난 잘못없다”고 버텼다. 결국 사형판결에 따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에게 이스라엘 대법원이 확정한 혐의는 ‘생각하지 않은 죄’였다.

우리 모두는 지금 혹시 각종 불합리와 부적절을 목도하면서 ‘생각하지 않은 죄’를 저지르고 있지 않는지... 두고두고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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