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우리는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나도 모르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연모하던 사람에게 사랑고백을 받은 날, 새집으로 이사 간 날, 첫아이를 품에 안은 날, 자식들이 상장을 타오던 날, 원하던 대학에 합격한 날, 로또에 1등으로 당첨된 날, 첫 키스의 황홀한 추억이 깃든 날, 암 진단이 오진으로 판정된 날...이런 날은 하늘을 날 듯 한 기분과 함께 앞으로도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둔 요즈음 유권자들도 오늘만 같아라 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지역에서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던 인사들이 멀리서부터 아는 체를 하며 먼저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듣도 보도 못한 생면부지의 인사들도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갑자기 사람대접을 겁나게(?) 받는다.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세상이 바뀐 것일까.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 사람들은 앞으로 며칠만 발품을 팔아 당선되면 고생 끝이라고 생각하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전 점에서 우리는 친한 척하며 다가오는 후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철저하게 검증해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내 한 표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푸념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후보들은 그것을 노리고 있다. 당신의 한 표는 쓸모가 없으니 투표장에 나가지 말라고 부추기고 있다. 그들은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만 투표장에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아 넘어가면 안된다. 반드시 내 한 표를 통해서 나도 이런 의견이 있다는 것을 후보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불과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내 한 표 네 한 표가 모여서 지역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 우리 지역이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사소하게 생각하는 일상적인 것들이 사실은 소중한 것이다.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사석에서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당선권에서 멀어진 진영에 있는 인사들이지만 간혹 당선이 유력한 진영의 인사도 있다. 선거를 즐기기 보다는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을 귀찮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4년간 지방정부를 제대로 운영하거나 견제하려면 치열한 현장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한다.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향후 지방정부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지도자 본인이 똑똑하다고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과 아집으로 공무원들을 호령하는 것은 사이비 민주주의이다. 문턱이 높은 관청에 앉아서 공무원들에게 대접만 받으면서 권력의 단맛에 취해서는 시중의 민심을 들을 수 없다. 요즘 같은 땡볕에 나가서 유권자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나는 바담 풍 해도 바람 풍으로 알아듣는 마음씨 좋은 유권자가 어디 있겠는가. 오로지 자기입장만 강변하는 유권자만 있을 뿐이다.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날이 갈수록 몸과 마음이 지쳐갈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내서라도 여론을 청취하고 올바르게 판단하여 주민의 고충을 해소하고 편안한 삶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공인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본받을 만한 정치인도 드물고 공인의식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덜 되어 있어서 지도자의 책무를 소홀하게 생각한다. 돈 좀 벌었다고 고시에 합격했다고 인기 좀 있다고 곧바로 지도자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4년을 이와 같이 낮은 자세로 우리와 함께 할 동량지재에게 한 표를 줘서 격려하는 일은 선행에 가깝다. 모든 후보가 오늘만 같다면 유권자들은 행복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