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김 택 논설위원 /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지방정부의 권력이동이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선거로서 국정운영의 심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등 북핵문제에 가려서 지방선거의 이슈나 존재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현재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어 선거판도는 여당우세이며 심지어 전 지역에서 싹쓸이하리라는 전망을 보도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야당이 제기하는 경제실정론은 먹혀들지 않고 있고 지방권력의 교체는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1991년 지방의회가 실시된 이래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훈련장으로서 주민들의 의식을 성숙시켰고 민도를 제고 시켰다고 본다. 참여 자치로서 지역의 첨예한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관심이었다. 민주주의 정당성, 절차적 정당성, 의사소통의 정당성은 지방자치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래서 지역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지역일꾼들이 소처럼 우직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이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선거는 북한핵문제의 국가적 대사로 빛을 잃어버려 선거무관심이 가중되고 있다. 그래서 여당은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하고 반사이익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야당은 대통령의 안보관만을 물고 공격한다면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 결국 지방 자치선거가 퇴색돼 버리고 지방 없는 지방선거가 될 십상이다. 지방자치는 정치적 논쟁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지역 유권자들이 정신 차리고 투표에 임하여 한다. 여야 지도부도 정치공학적인 셈법만 생각하지 말고 지방분권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역이슈에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로 선거구호를 정했는데 여당 측은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흐름을 지역으로 이어가는 선거이자 삶을 바꾸는, 지방분권 시대를 실현하는 선거를 지향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1호 공약으로 '청년행복'으로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의 지원 대상 업종과 금액을 확대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관련해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추진, 남북 접경지역 통일경제특구 지정 등 한반도 평화 공약을 내세웠다.

보수 야당인 한국당은 경제실정을 부각시키고 있다. 야당은 “경제를 통째로 포기하시겠습니까? 경제는 자유한국당입니다”는 구호를 외치며 경제정책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안보는 ‘신중론’을, 경제에는 ‘심판론’을 호소해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의 제1공약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기살리기’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 기준과 근거를 의무적으로 제시해 인상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바른미래당은 혁신성장을 위한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 경제 관련 정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내세워 ‘근로시간 계좌제’로 초과근로시간을 휴가로 돌려받기를 제시했다. 정의당은 만 19세 청년들에게 200~500만원을 지급하는 지역형 청년사회상속제 실시, 공공기관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등 청년공약을 대표공약 1호로 내세웠다. 또 민주평화당은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지방교부세를 19.24%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천명했다. 중요한 것은 전국적으로 4028명을 선출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책공약을 알리 없으며 지역일꾼들을 제대로 검증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방선거에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팽배하고 선거정책공약들도 과연 제대로 지킬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사실이다. 참여자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정책공약, 인물됨, 가치관, 윤리의식, 도덕적 책임 등을 꼼꼼히 따져서 투표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참정권을 외면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오만하고 부패한 지방비리를 일소하고 진정한 주권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은 투표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야 여야당은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에 반성하고 국민 무서운 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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