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 논어(論語) 16권 계씨편(季氏篇)에 문유국가자(聞有國有家者)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하며 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而患不安)이니 진균(蓋均)이면 무빈(無貧)이오 화(和)면 무과(無寡)요 안(安)이면 무경(無傾)이니라’ 나라가 있고 가정이 있는 사람은 백성의 수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않고 균등하지 못함을 근심하며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불안이 근심이라. 모두가 균등하면 가난이 없고 화목하면 적음이 없는 것이요, 편안하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글귀가 있다.

‘정치를 함에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백성이 평등하지 못한 것을 걱정하며, 백성이 가난한 것보다는 백성이 안정되지 않은 것을 걱정하라’는 뜻이다. 위정자들이 뼛속까지 새겨서 들어야 할 말이다. 이 뜻의 요점을 한마디로 잘 나타낸 중국 송나라 유학자 ‘ 상산’의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은 배고픔보다 불공정한 것에 분노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목민심서에도 나온다. 우리속담에는 콩 한쪽도 갈라먹는다는 말과도 통하는 말이다. 좋은 일도 공정해야 빛이 난다하지 않는가? 요즈음 남북 정상이 만나고 북한이 철천지 원수라는 미국과도 정상회담을 한다지만 정작 우리나라 속사정은 그리 화기애애하지 만은 않다.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뉴스들이 여야정치인들의 진흙탕싸움 사건으로 땡삐벌집 쑤셔놓은 듯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참!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허구한 날, 당리당략으로만 살아가는 여야 국회의원들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나, 행정부 관료들이나, 사법부 판검사와 언론인들이나, 허울 좋은 각종 시민단체들이나 너나없이 책임 회피는 일등이고, 다들 사생결단으로 자기들은 하얗고 상대편은 모두 검다고 빡빡우기며, 잇속만을 챙기기에만 급급하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정부와 여당과 야당의 진흙탕 정쟁 정말 이젠 신물이 날 정도다. 내일로 닥친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정당과 계파간의 기싸움과 상대편 흠짓내기에도 혈안이 되고 있다. 정치라는 말만 들어도 이제는 정말 신물이 난다.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의 사리사욕에 정말 치가 떨린다. 60대 후반인 필자는 지금까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현재의 문재인대통령까지 수많은 대통령의 시대를 겪으며 살아 왔다. 그러나 어느 대통령하나 박수 받으며 명예롭게 퇴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임기가 끝나면 우선 감옥부터 가거나 각종 비리로 그간의 업적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참으로 한탄스럽고 글로벌시대인 세상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국제적으로 창피할 뿐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가슴에 품고 한 때 우리 곁에서 도도했던 많은 위정자들은 그런 세상을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우리 곁을 비극적으로 떠났다. 그러나 더 비극인 것은 자신들의 입으로 공정한 세상, 평등한 세상을 말하며 뒤로는 끊임없이 특권의 혜택과 기득권의 권력을 누리는 자들이 이 나라 공직사회와 상류사회에 수두룩 한것이다. 거기다가 그런 일에 차별당하고 영원한 종노릇하는 것에 대하여 분노하고 타파해야 할 많은 사람들이 기회만 있으면 그 부당한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산의 대물림, 학벌의 대물림도 모자라 신분의 대물림까지 온갖 술수로 획책하는 못된 부류의 사람들이 득실거려 정당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태가 어둡다고 우리가 한탄만 하고, 비판만하고, 삿대질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일꾼을 뽑는 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공자(孔子)왈(曰) 중(衆)이 호지(好之)라도 필찰언(必察焉)하며 중(衆)이 오지(惡之)라도 필찰언(必察焉)하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지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미워할지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열심히 살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슴에 새기고 중지를 모아야 한다.



혼란이 극심한 상태에서 어느 것부터 먼저 손을 써야 할지 난감한 상황에서는 원칙에 충실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냉철한 시각에서 사안의 중요성을 파악하되, 소중한 한표를 올바르게 행사하여야 한다. 표로써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음미해야 할 중용(中庸)의 한 구절이다. 정기이불구어인즉무원(正己而不求於人則無怨)이라. 나를 먼저 바르게 하고 남을 탓하지 마라. 정말로 학연, 지연, 진보, 중도, 보수등등의 자기만의 편견에서 벗어나 인물의 됨됨이와 선거공약을 냉철히 판단하여 투표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의 일꾼들을 잘 뽑아 안정되고 평온한 국가적,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하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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