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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동양에세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최정선
  • 승인 2018.06.1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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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선 청주시청원구관리팀장
최정선 <청주시청원구관리팀장>

6년 전 보상업무를 위해 해당 마을 주민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분들은 평생 살았던 터전을 하루아침에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셨다. 나 또한 고향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어 전적으로 공감했다.

보상을 하려면 보상가의 정확한 책정을 위해서 건물의 구조, 재료, 면적, 모양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각 집집마다 마당이며 마루며 구조가 모두 제각각이고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었다. 어떤 집들은 집주인이 사는 동안 예쁘게 가꾸고 다듬고 해서 막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 정말 아까웠다. 잘 정돈된 조경과, 손자들이 다치지 않고 맘껏 뛰어놀라고 조성한 잔디밭, 여름에 시원하게 쉴 수 있는 원두막 등…. 모두가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최근에 읽었던 건축가 승효상이 쓴 책의 제목이다. 책의 제목을 접한 순간 “맞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오래된 주택을 보상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집은 외형이 아니다. 디자인이 중요한 예술도 아니다. 그저 삶 자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사람들의 체취와 생활이 묻어있는 집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비록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될수록 삶의 역사는 더 깊을 테니 아름다움의 농도도 더 짙으리라.

오래된 유적지의 건물 배치를 보면서 옛날에 어떻게 사람들이 생활했을지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건물은 외관이 아닌 그 건물 안에 거주할 사람들의 삶의 방식, 자연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몇 년 전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반질반질한 인도였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가 오랜 세월 사람들의 걸음걸음으로 인해 반질반질해졌는데 그 도로가 너무 아름다웠다.

로마시대에 설치돼 벌써 1000년이 넘었다는 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몇 년마다 걷어내고 다시 깔고 하는 우리나라 방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리의 인도는 그저 사람이 다니는 시설물 그 이상이 아니었지만 이탈리아나 크로아티아의 인도는 그 이상이었다. 참 부러웠다. 1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 걸었던 길을 걷는 기분이라니…. 그러니 매일 전 세계의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수밖에.

우리 세대는 대부분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비어 있지만 언제든지 삶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마루 한 곳에 앉아 병아리들의 모이 쪼는 모습도 보고, 강아지가 꾸벅꾸벅 조는 풍경도 보고, 이따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때도 있었다. 공간이 열려있으니 옆집 사람도 놀러 오고. 실제로 존재하는 자연의 그림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지금 아파트에서 사는 나는 혼자 있으면 TV를 보거나 책을 보는 일 이외는 마땅히 다른 할 일을 찾을 수 없다. 주위 배경화면은 항상 동일하고 고정돼 있다. 어렸을 적 매일매일 달라졌던 마당의 풍경과는 정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나중에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마당이 있고 텃밭이 있는 아담한 전원주택에 살 수 있게 되기를 갈망해 본다.

언젠가 일본 규슈 온천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투숙한 여관 건물이 400년이 넘었다 한다. 상상만으로도 그 세월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동안 예쁘게 새로 지은 건물이 막연히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이를 먹고 여행과 경험이 쌓이면서 생각의 전환이 이뤄졌다. 새 건물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비록 낡았더라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아니 삶이 녹아있는 그 낡은 건물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전통가옥의 마루에 걸터앉아 마당에 피어있는 꽃들을 평온하게 바라보고 있는 미래의 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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