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청주시흥덕구 건축과

오수진 <청주시흥덕구 건축과>

(동양일보) “띠띠띠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마자 열 살, 열한 살 두 아들이 층간 소음에 대한 주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를 외치며 달려온다.

사내아이들이다 보니 있는 힘껏 안기면 제법 아프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저녁을 준비하는 내 옆에 붙어서 학교 친구의 장난감 아이템과 게임 캐릭터 이야기 등 나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재잘거린다.

식사 후 다시 달라붙는 아이들을 설거지와 빨래를 핑계로 떼어놓는다. 아빠가 집안일을 도와주지만 내 성에 차지 않으니 항상 집안일은 두 번 일이 된다.

급한 집안일만 대충 한 것 같은데 때는 벌써 저녁이 깊다. 이제 겨우 내 시간을 소원하며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면 이 녀석들은 또 자석처럼 내 옆에 달라붙는다.

며칠 전 일이다.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보다가 내가 깔깔 웃었는데 큰 아이가 “엄마, 재밌어요?” 물어 본다.

“응, 이거 너무 웃긴다~” 했더니 “엄마가 웃으니까 나도 좋아요.”란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아이들은 때때로 엄마는 화장 안 해도 너무 예쁘다고 말해주고, 엄마가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엄지 척’해주고, 항상 내 옆에서 살을 비비는데 난 너무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엄마였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자.

말은커녕 누워서 꼼지락거리기만 해줘도 이 세상을 다 가진 행복이었다. 처음으로 뒤집고, 걷고, 엄마라 부를 때의 기쁨은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워킹 맘이라는 핑계로 아이가 말을 걸어와도 건성으로 답할 뿐만 아니라 같이 놀아달라고 해도 “형이랑 놀아, 동생이랑 놀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는 스스로를 소중한 인간이라 생각하게 되고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사랑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스킨십하기, 칭찬해주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전혀 거창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색하다는 핑계로 안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아이들에게 더욱더 미안해진다.

오늘 퇴근길에는 와락 안기는 아이들에게 아프다고 짜증내기보다는 머리 쓰다듬어주며 학교 잘 다녀왔냐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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