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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외주물집
풍향계/ 외주물집
  • 박희팔
  • 승인 2018.06.14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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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팔 논설위원/소설가

(동양일보) 하루는 금성이가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오더니, “엄마, 엄마, 우리 반애 집에 갔더니 문 열고 들어갔는데 넓은 땅이 있어. 그리구 그 땅 지나가야 방이 세 개나 있구 가운데 마루라는 게 있다. 나 그런 집 첨 봤어 걔네 참 부잔가봐.” 하고 눈을 희번덕거린다. 마당 있는 집을 처음 본 것이다. 도회지 집이라는 게 도무지 마당이 없다. 자동차 연락부절인 한길 가 아니면 좁고 넓은 골목길 양편에 다닥다닥 접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담이라는 것이 없이 드나드는 문 옆으로 창문 난 본체가 드러나 있는 까닭에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바로 실내로 통한다. 금성이가 바로 이런 집에서 나서 중학생이 되도록 살고 있으니 대문을 들어가 마당을 지나야 본채로 들어서는 집을 처음으로 보고는 놀라워하고 부러워한 것이다.



금성이 엄마는 시집오기 전까지 시골에서 나서 자랐다. 그런데 그 살던 집이 외주물집이었다. 외주물집이란 ‘마당이 없고 안이 길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집’을 이른다. 더구나 자동차나 우마차가 다니는 큰길과 지게 지고 소 몰고 다닐 만한 소로가 맞닥트리는 곳의 외주물집이다. 그러니 장보러 가거나 밭일이나 논일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그래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한 번씩 자동으로 힐끔 들여다보기 마련이다. 하여 똥은 튀면 입에 묻고 티는 날면 눈에 든다고 하필이면 안 보이면 좋을 것을 보이는 날이 허다하다. 가령, 정지에서 시커먼 꽁보리밥 아니면 멀건 죽사발에 간장종지와 된장찌개 같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반찬 등을 올려놓은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고 가는 것을 보인다거나 길가를 등지고 있는 뒷간에서 치마나 바지춤을 여미며 나오는 것을 행인들에게 들킨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 집이 동구 밖에 외떨어져 있기 망정이지 동네사람 빈번히 지나다니는 동네 한복판에 있었다면 이 창피스런 이런 일들이 동네에 파다히 퍼져 민구하기가 이를 데 없을 터였다.



그런데 이 외주물집 때문에 금성이 엄마가 금성이 아버지와 연을 맺을 수 있었다. 처녀였던 금성이 엄마가 그 허다한 과객들 중에 웬 희멀겋게 생긴 총각 하나가 유독 눈길을 보내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생판 모르는 남이고 주말이면 꼭 집 앞길을 지나는데 자신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눈치가 예사롭지 않아 그녀는 그의 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은 자신도 그에게 마음이 끌려서다. 용케도 그는 그녀가 혼자 있는 날 나타났다. 그리곤 언제부터인가 지나다 주춤주춤 서더니, “저기요, 나 냉수 한사발만 주시오. 꼭 여길 지나려면 목이 타네요.” 하는 것이다. 이래서 하루는 이러는 그에게 물 대신 막걸리를 한 사발 주면서, “목 타는 데는 물보다 막걸리가 약이라고 하데요.” 하고는 얌전히 바쳤다. 그는 그러는 그녀를 한 번 슬쩍 훔쳐보고는 말없이 받아 마셨다. 그녀는 또 한 사발을 주었다. 그도 또 받아마셨다. 그녀는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본다는 말을 실행해 본 것이다. 즉 술이 들어가면 본심을 털어놓고 이야기 한다고 하지 않던가? 세 번째 막걸리를 받아 마시고 얼굴이 불콰해 지더니 그는 마침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기댈 데 없고 매인 데도 없는 홀몸 외돌토리요.” 그러더니 그녀의 손을 덥석 잡는다. “하지만 나 처녀를 외눈부처로 받들 각오요.” “외눈부처요?” “예. 하나밖에 없는 눈동자라는 뜻으로 매우 소중하다는 말 모르오?” 그리곤 그가 쑥스러워하며 정지에서 뛰쳐나오는 걸 안동네 구장이 보았다. 구장은 그날 저녁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 “웬 총각이 얼굴이 벌게 가지고 정지에서 나오는데 자네 딸과 심상치 않아 보이더라구. 얼른 아무 말 말구 두 사람 성사시키게.” 하는 바람에 그해 시안에 둘에게 연을 맺게 해준 것이다.



하여 그녀는 공사장 배관공으로 있던 신랑 따라 서울로 올라와 금성이를 낳았고, 지금 금성이 아버지는 건축현장 팀장으로 있다.

“금성아, 아버지 얼마 있으믄 시골에 가서 마당 있는 집 짓고 산다고 했어. 그리고 시골에 는 집집이 집안에 마당이 다 있다. 농사지은 것 타작할려면 마당이 넓어야 하거든.”



그리곤 금성이가 대학입학을 앞둔 주말에 금성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제일 먼저 구장집을 찾아갔다. 구장은 이미 세상을 떠 없으나 넓은 집안 마당은 그대로였다. 안동네 집집의 마당을 금성에게 다 보여주고 돌아오는 길에 벌써 허물어져 없어졌다는 옛날 자신이 살던 그 사연 많은 외주물집 터를 찾았다. 버스정류장이 대신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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