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영이 기자) 그간의 여론조사는 틀리지 않았다. 언론사 의뢰를 받아 실시된 주요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독주로 나왔고 선거가 끝나면서 사실로 이어졌다. 이런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은 일부에서는 ‘가짜조사’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허사였다.

지방선거는 예상된 결과를 가져왔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강고한 지지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일등공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풍(文風)과 북풍(北風)에 대적할 장사가 없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풍(風) 위력은 대단했다.

그렇다고 선거 결과가 전적으로 문풍과 북풍 영향에 좌우된 것만은 아니다. 보수야당의 전략적 한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무소속이 아닌 친정인 자유한국당으로 나왔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당선을 장담하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비록 낙선했지만 홍준표 전 대표와 거리를 두고 선거를 치른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의 선전도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의 홍 전 대표 ‘막말’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해볼만한 싸움이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으로 당내 반발을 묵살하고 문재인 정권을 종북으로 규정하면서 색깔론으로 몰고 간 게 홍 전 대표와 한국당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협만 사라져도 어디인가. 그런 노력을 빨갱이 짓으로 매도하면서 구태한 수단으로 정치를 했으니 국민들이 호응할 리 없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 하고 핏대를 올려도 국민들에겐 헛소리로 들렸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해 여당은 ‘양품’으로, 야당은 ‘불량품’으로 판가름했다. 갈 길 잃은 야당은 해체를 선언하고 다시 살림을 꾸릴 참이다. 반대급부만을 노린 기만적 정치가 아니라 제대로 된, 합리적인, 상식이 통하는 보수정치를 통해 이 땅에 다시 태어나야 난다. 그래야 산다.

여당도 양품이 됐다고 기고만장 할 게 아니다. 여당 독주라는 자만에 빠지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 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2년 후 치러질 총선 기약도 할 수 있다.

선거 결과만을 보면 이렇듯 지방선거가 여의도 정치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았지만 사실은 지방선거는 우리 살림꾼을 뽑는 잔치다. 충북만 하더라도 광역· 기초단체장 12명 가운데 여당 8, 야당 4명으로 판세가 완전히 기울어졌다. 지방의회 역시 영동군을 제외하면 여당 독식으로 판이 짜여졌다.

충북에서 여당 지사가 탄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사업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 기초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재선 이상 7, 초선 4명이지만 초선들 거의 가 행정관료 출신이어서 행정 추진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이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해 흐트러진 공무원 조직을 장악하고 오로지 주민만을 보고 일하는 조직으로 이끌어 가느냐에 민선 7기 성패가 달려 있다. 민선 6기 4년중 1년 이상을 수장없이 시장권한대행으로 지탱해 온 청주시나 현직 단체장이 경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전열이 일그러진 제천시, 행정경험 없이 군정을 펴게 된 옥천군, 3선으로 더 이상 오를 곳 없이 내리막길에 서 있는 충북도와 보은군, 증평군의 수장들은 특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해바라기 속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공무원 조직은 더욱 그렇다. 힘 있는 권력엔 조아리고 힘이 빠지는 권력은 얕잡아보려 한다.

청원군과 통합된 청주시는 통합 4년이 지나도 물과 기름같은 조직이라는 지적을 받곤 한다. 서로 불신이 깊어 한 사무실에서 마음놓고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지경이고 감찰반이 내려와 둥지를 틀면 제보가 수없이 들어와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것은 불문가지다.

제천시민들 몇몇을 만나면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한다. “제천에서 사업 좀 하려면 되는 게 없다. 무조건 부정적이고 어떻게 하면 뒷다리를 걸까만 궁리하는 것 같다. 공무원 기강만 바로 잡으면 4년후 선거는 누워서 떡먹기가 될 거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이렇게 말할까. 공무원 스스로 자성해야 함은 물론이고 단체장은 시민들 뜻을 헤아려 강력한 리더십으로 진정 시민을 위한 공무원 조직으로 거듭나게 해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늘 국민을 놓고 생각하겠다”고 한 것처럼 자치단체장들도 도·시·군정에 늘 주민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한 단체장이란 소리를 듣지 않는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