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석 충북의사회장

안치석 충북도의사회장
안치석 충북도의사회장

 

(동양일보) 7월부터 대형병원의 상급병실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서울대병원 등 빅6병원을 포함하여 대형병원의 하루 입원비가 20~30만원 정도인데 7월부터 5~9만원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는 상복부 초음파검사 보험적용 이후 이어지는 보장성강화 소위 ‘문재인케어’에 따른 정책입니다. 전국 1580여개 병원중 350개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입니다. 병상수로 따지면 67만개 병상중 13만개가 해당이 됩니다. 충북은 40여개 병원중 상급종합병원 1개와 종합병원 9개가 상급병실 급여화 해당 병원입니다.

대형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의 병원장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80%에 달하는 중소병원보다 대형병원의 입원료가 더 싸졌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경쟁력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소병원은 입원비마저 역전돼 대부분의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몰려 갈 것입니다. 지역 환자의 서울 집중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지역과 중소병원은 뭐라 말도 못하고 수익성 악화로 인해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문재인케어’ 보장성 강화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골고루 잘사는 의료, 지역을 살리는 의료는 언감생심입니다. 서울과 지역, 빅6와 중소병원 등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일은 자명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상급병실 급여화 정책을 철폐하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의료적 필요성이나 비용효과성 등 건강보험 급여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입장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없습니다. 경증이나 중증 구분 없이 서울 빅6 병원으로 몰려갑니다. 필수의료나 중증의료 대신 식대나 상급병실료 급여화가 먼저라는 현 정부의 보여주기식 정책은 청산해야할 새로운 의료적폐로 보입니다.

우리는 ‘좋은 뜻으로 만든 정책’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예를 많이 봅니다. 퍼주기 베네수엘라를 부러워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적고 자원이 많은 스칸디나비아가 아닙니다. 의사와 의료현실을 무시한 책상머리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면서 중증 필수의료를 도외시합니다. 지방의료와 중소병원을 몰아내려는 상급병실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면서 국민이 불편한 의약분업처럼 우리나라 의료를 왜곡시킬 것입니다.

빅6 병원으로 지나치게 집중된 서울 중심 의료를 극복하고 지방의료도 함께 균형 발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젠 지방병원과 중소병원은 개원의와 같은 배를 탓습니다. 서울 큰 병원으로 환자를 의뢰하기 보다는 이왕이면 지역 병의원을 먼저 생각할 때입니다. 지방병원을 돕고 중소병원을 살리는 ‘충북판 품앗이’ 이웃의료를 대안으로 제안해 봅니다.

의료비 인하가 처음 먹는 달콤한 곶감처럼 계속 많이 먹으면 나중엔 몸에 해를 입게 되는 것처럼 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의 가중과 중소지방병원이 사라지는 최악의 사태를 몰고 올 것입니다.

일반 의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경증환자나 심지어 가벼운 감기환자까지 대형병원으로 몰리게 되면 지방의원은 몰락하게 될 것이고, 중환자 뿐 아니라 비용과 시간이 부족한 취약계층에 까지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의사들은 의료비를 낮추는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민들이 부담 없이 치료할 수 있도록 지방병원과 동네의원에 대한 지원과 적정의 보험수가를 인정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서울 대형병원으로 몰려가는 폐해를 없애야 합니다.

중소병원이 어려움에 놓인다면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의료계 전체의 발전과 지역주민들이 중소병원에서 안전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윈-윈’할 수 있는 의료정책이 하루빨리 만들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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