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합의문…수직관계→상호협력관계 검찰, 부패·선거 등 특정 분야에서만 직접수사 가능 내년 안에 서울·세종·제주서 ‘자치경찰제’ 시범 실시

(왼쪽부터) 김부겸 행자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자부 장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행자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부패·선거범죄 등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된다. 또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자치경찰제가 도입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부겸 행안부장관,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이 지휘와 감독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사와 공소제기, 공소유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했다.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가 폐지된다. 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며,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검찰수사력을 일반송치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4년 만이다.

검찰은 기소권과 일부 특정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송치후 수사권, 보완수사 요구권 등 통제권을 갖는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불응할 때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을,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할 때는 시정조치 요구권 등도 주어진다.

반대로 검사의 비위행위에 대한 경찰수사 권한을 늘리는 내용도 있다. 검사나 검찰청 직원의 범죄혐의에 대해 경찰이 적법한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우 검찰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토록 하는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검찰과 경찰 간 견제와 균형을 도모한다고 정부를 설명했다.

같은 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수사하게 된 경우에는 검사에게 우선권이 부여된다. 다만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 영장기재범죄사실에 대해서는 경찰의 우선권이 인정된다.

‘경찰 권한 비대화’ 우려에 따른 견제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문제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1년까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내년 안에 서울·세종·제주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또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옹호를 위한 제도·방안 강구 △비(非)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경찰이 수사의 과정과 결과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와 인사제도 마련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방안 마련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 총리는 담화문에서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정부의 시간은 가고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다”며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 더 나은 수사권 조정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 각자의 입장에서 이 합의안에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이견의 표출이 자칫 조직이기주의로 변질돼 모처럼 이루어진 이 합의의 취지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된다”고 검·경 양측에 당부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에 대한 ‘정부안’으로 향후 입법절차 등을 남겨뒀다. 가령 모든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 근거를 담고 있는 형사소송법 조문 등은 국회를 거쳐 개정돼야 한다.

법무부는 “정부안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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