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단 작품 배제 않고 최우수·우수 선정문제 불거지자 2차 명단 발표…문제 수상자 취소회의 열어 재공모 진행키로…당사자 제재 있을 듯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청주문인협회(회장 이장희)가 개최한 '직지 노랫말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본인이 쓴 작품을 자식 이름으로 응모, 심사한뒤 수상작으로 뽑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청주문인협회는 지난 5월 10일까지 '직지 노랫말 공모전’에 응모한 61편을 대상으로 같은 달 30일 심사위원회를 열어 대상 1편, 최우수상 1편, 우수상 1편, 장려상 2편을 선정했다. 상금은 대상 200만원, 최우수상 100만원, 우수상 50만원, 장려상 30만원이다.

심사는 유제완 충북문인협회장, 오선준 전 청주예총 회장, 임찬순 시인, 류경희 수필가, 심억수 시인 등이 맡았다.

문제는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작품을 배제하지 않고 되레 최우수상과 우수상으로 각각 선정하면서 불거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심사위원들이 자신이 쓴 작품을 응모한 뒤 심사하는 이른바 '셀프 심사'를 한 것이다. 특히 문제의 '셀프심사자' 2명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작품에 자식 이름을 달아 접수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게다가 공모전은 입상자와 입상작 공개가 기본인데도 청주문인협회는 대상은 임○빈, 최우수상은 심○람, 우수상은 허○혁, 장려상은 최○하, 한○씨라고 실명을 밝히지 않아 의도적으로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협회는 작품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게시글에는 의문을 품은 회원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한 회원은 '이름과 작품을 공개 못하는 공모전이 있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협회 관계자는 '개인정보 때문에 자세한 이름을 공지하지 않았다'며 '향후 입상자와 입상작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군색하게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협회는 비난이 거세지자 수상지

자 취소→ 장려상 승격→재공모 결정을 하는 등 대처에도 오락가락했다. 협회는 이날 오전 심사 후 최우수상·우수상 수상자를 취소하고 장려상 수상자 2명을 자동으로 승격시켰다고 발표해 놓고 오후에 청주예총과 청주문인협회가 다시 회의를 열어 공모 백지화와 함께 재공모를 하기로 결정했다. 문제 당사자들에게는 협회 차원의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현재 협회 카페에는 입상자 발표 게시글이 모두 삭제됐고,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기존 공모를 백지화 하고 재공모 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글만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에 문인들은 '심사위원 자신이 쓴 글을 자식의 이름으로 응모하고 수상작으로 뽑는 이런 해괴한 일이 충북문단에서 벌어지다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고 황당헤 했다.

청주문인협회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25일께 재공모를 실시하고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