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망서 ‘수사지휘 폐지’ 반론 제기 “인권보호·적절한 형벌권 행사 위한 제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검찰의 수사지휘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기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과거 수사사례를 들어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한 반론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강수산나(50·사법연수원 30기)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수사 지휘사례를 통해 본 검사 수사지휘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강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지휘는 경찰이나 국민을 번거롭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법률가인 검사로 하여금 적법절차에 따른 인권보호와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위해 만든 제도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95조의 존속을 강조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 합의문은 검찰의 송치 전 수사지휘를 폐지, 경찰에게 1차적인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토록 했다.

강 부장검사는 “그동안 검찰의 수사지휘가 마치 경찰수사를 방해하거나 이유 없이 지연시켜 국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주원인이므로 검찰이 경찰수사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착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된 법률적용 사안에 대한 수사방향을 알려주고, 증거가 부족한 상태로 청구된 영장의 보완 지휘 등 효율적인 수사성과를 강조했다.

강 부장검사는 수사지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2016년 3월 평택 원영이 사건 수사를 들었다. 겨울철 난방이 되지 않는 친부와 계모가 화장실에 6세 아이를 가둬 학대하고, 아이가 탈진해 설사를 하자 냄새가 난다며 발가벗겨 락스를 붓고 찬물을 뿌린 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검·경 합동 수사회의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이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하고 있다는 허점을 찾아냈고, 이후 수사범위 확대 지시를 통해 그해 3월 11일 가매장한 원영이 사체를 발견했다는 게 강 부장검사의 설명이다. 그는 “초동수사 단계부터 유기적인 수사지휘로 피의자들의 신병을 조기 확보하고 피해자 사체를 신속히 발굴, 암장될 뻔한 사안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당시 청주공항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를 한 20대 남성을 경찰이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회부한 사건도 수사지휘를 통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도록 지휘했다. 동종범죄 전력이 있고 허위 신고로 대규모 병력을 출동시켜 공항업무에 지장을 준 점 등을 고려해 즉결심판이 부당하다고 지적한 것이었다.

강 부장검사는 “검사의 보완수사 지휘는 인권보호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검사 지휘 없이 독자 수사해 시일이 한참 지난 뒤 보완수사 하는 것과 초동수사 단계부터 검·경의 긴밀한 협력 하에 증거수집을 하는 것은 결과물이 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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