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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새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이 친구 좀 잡아가 주세요”
동양에세이/ 새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이 친구 좀 잡아가 주세요”
  • 안기숙
  • 승인 2018.06.26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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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숙 충주시보건소장
안기숙 충주시보건소장

2015년 5월 29일 대한민국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충북도내도 전염병 공포가 엄습했다.

정말 생소하기 그지없던 메르스 한국 상륙, 하루하루 시간이 갈수록 접촉자 숫자는 늘어가고 최초 감염자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인해 확진자가 증가세로 돌아서며 정부 초기 대응이 문제가 됐다.

한 달여가 지나 진정세를 보일 때이던 새벽 2시쯤 도청 보건정책과 질병관리팀 직원들로 팀을 꾸린 상황실로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가 들어왔다.

“따르릉~~도청이죠?, 여기 00시 00동입니다. 이곳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있어요. 제 친구인데 이 친구 좀 잡아가 주세요.”

사태가 사태이니만큼 허위신고 여부를 가릴 것 없이 수화기를 든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서울 삼성병원에 입원중인 아버지 병문안을 다녀온 친구가 발열 증상이 있다고 하는데, 메르스 검사를 안 했대요. 오늘 여러 친구들이랑 맥주를 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저도 메르스 걸린 건 아닌가요?” 감염병이 나도는 상황에서 ‘인심’조차 ‘신고’정신으로 바로 바뀐 상황이었다.

팀원들은 곧바로 해당보건소에 접촉자에 대한 확인과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보건소는 아무리 환자에게 연락을 해도 연결이 안 된다는 답변이 올라왔다.

결국 도청 상황실에서 경찰과 소방상황실과 연락을 취한 뒤 위치확인 절차를 거쳐 해당지역 보건소 직원들과 함께 출동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고, 핸드폰을 울려도 신고자가 전해준 집 대문은 묵묵부답이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경찰과 소방, 보건소 앰뷸런스 불빛에 동네사람들은 무슨 큰일이 난 듯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인기척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혹여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하는 수 없이 출동기관 담당자들과 상의 끝에 현관문 강제 개폐를 결정했다. 소방관이 연장을 갖고 덜커덕 거리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순간 대문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왜 여태까지 문을 안 열어 주냐”는 질책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술 한 잔 먹고 자고 있었다”고 겸연쩍은 대답이 돌아왔다.

조사해 보니 해당 의심환자는 열도 내리고 증상도 호전된 상태여서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 격리 시키고 밀착 감시로 결정한 뒤 출동기관 관계자들은 복귀했다.

경찰과 소방, 보건소 관계자들이 총 동원됐던 ‘새벽출동’이 아무 일없이 ‘해프닝’으로 끝난 순간이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충북도 보건정책과 전 직원들에게 지금이라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

메르스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24시간 비상체계 속에서 도민 안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대처한 동료들의 모습은 일선 보건소장으로 재직하는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당시 팀원들은 하루에 1시간도 못자고 한 달 여 이상 강행군을 펼치며 상황실을 지키고 출동을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중앙관리대책본부 지침 보다 더 강화된 지침을 수행하는 바람에 그 매섭던 언론조차 ‘방역교과서는 충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충북의 메르스 사태는 환자와 가족 협조로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며 조기 종료에 힘을 보탰다.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환자와 환자가족, 경찰서, 소방서 관계자 분들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우린 함께 이뤄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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