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농촌에 그나마 사람 사는 소리를 들을수 있게 해준게 이역만리 타국에서 들어와 살림을 꾸려준 다문화가정이다.

도시보다는 농촌에 절대적으로 많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우리의 초ㆍ중ㆍ고등학교 다문화 학생 수가 어느덧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상황도 국내 출생 자녀, 중도입국 자녀 등 다양하고 국내 출생이 아닌 경우는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불법체류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미등록 이주 자녀나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건너온 중도입국 자녀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고 나라의 산업을 떠받칠 일꾼이자 국방도 책임져야 하는 세대지만 이들이 처한 교육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초등학교 진학률은 국민 전체와 비슷하지만,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진학률이 떨어진다.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진학률은 전체 진학률과 14.8%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이들의 학업 중단율도 일반 학생보다 4배나 높다고 한다.

이들의 상당수는 다른 외모와 말투, 관심 부족 등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 저소득층이 많고, 부모가 한국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보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이들이 성년이 된 후에도 직업훈련을 받거나 취업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급하다.

2개국어가 능통하다는 장점 등을 살리고 이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키워주면서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다문화 정책은 결혼이주여성 위주였지만 이제는 정책방향의 키를 그 자녀에게로 옮길 때가 됐다.

다문화 청소년을 위하는 진로교육이라 해서 무작정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니 와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꿈과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돕는 진로·직업 탐색 교육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진로 교육의 다양화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다문화 학생 교육 프로그램은 이들을 '한국화' 시키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부모 나라의 문화, 언어의 강점을 살려서 진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이들을 열등한 학생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로 가고 있다.

이들이 언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한국어는 다들 웬만큼은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온종일 특별반을 따로 편성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들이 좀 더 잘할 수 있고, 공부 말고도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들의 수준에 맞추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계발해 능력의 차이에 따라 다른 진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다문화 청소년들이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일원으로 역할을 다할수 있는 길을 모색하되 그중 가장 중요한 진로 교육과 취업 지원을 위해 이제 더 관심 갖고 나서자. 그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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