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유원대교수

백기영 논설위원/유원대교수

모든 도시가 맥구겐하임화 되고 있다. 맥구겐하임이란 맥도날드화와 구겐하임 미술관을 결합시킨 신조어다. 도시에서 장소를 단일화하고 표준 건축기법을 반복시키는 거대한 문화프로젝트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대의 많은 도시들은 경쟁 도시보다 더 나은 곳으로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든 도시들이 보다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은 다른 도시의 모방을 통한 도시균일화이다. 뉴욕은 2차 세계대전 후 현대미술관을 통해 세계문화도시로서 성공을 거둔다. 1960년대 프랑스는 파리의 쇠퇴한 보부르구역에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를 짓는다. 20년 후에 스페인은 빌바오 도시의 황폐한 공업단지에 또 다른 현대미술관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지었다. 이것은 문화수도인 파리의 이미지를 회복시켰던 도시재생 전략의 성공에 자극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과 호주의 시드니 항구에는 각각 상징적인 구조물인 자유의 여신상과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뉴욕과 아시아의 유수 도시들은 더 높은 타워를 갖고자 경쟁하고 있다. 도시마다 여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렇게 맥구겐하임이 전파되고 있다. 여러 도시들은 같은 방법을 쓴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건설하고 도심을 재활성화하기 위해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을 일으킨다. 다르게 보이기를 원하는 도시들은 더 많은 현대미술관, 예술축제, 카페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든 도시는 균일화를 가져온다. 물론 이러한 문화전략을 통해 지저분하고 오래된 거리는 깨끗해지고, 시민들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고자 한다. 공공미술 설치물들, 현대미술관 그리고 도시의 축제는 기업가적인 혁신과 창의성을 고무하고, 금융, 미디어, 관광이라는 도시의 광범위한 마케팅도구가 되었다.

이미지를 세련되게 하고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시들은 의도적으로 문화를 활용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쟁을 따라잡기 위해서 도시재생의 문화적 전략으로서 신 경제시대를 위한 산업정책을 만들어 냈다. 건축가들과 도시계획가들은 슈퍼블럭과 고층타워를 만들어냈다.

도시들이 재생과 재활성화의 과정 속에서 변화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도시는 정통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업도시와 새로운 도시중산층이 등장했던 1950년대에 대규모로 진행된 도시재생사업들이 기원적 도시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공장들, 항구들, 도매시장, 음식시장들을 몰아내고 금융과 행정지구를 확장함으로써 도시를 현대화해 왔다. 도시들을 상징하는 획일적인 사무실 건물들, 거대한 공영주택단지들, 무수히 만들어진 고속도로들, 그리고 기념비적인 문화센터들은 도시에 무미건조함과 획일성을 가져왔다. 결국 우리가 알던 기억속의 도시는 사라졌다, 그곳은 다국적 기업체의 본사들. 대형 할인매장들, 그리고 대규모 개발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도시가 되었다.

세계 도시들은 이제 다른 진전을 하고 있다. 도시체험을 재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과 장소를 마련하고 있다. 지역적 변화들은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문화적 자본에 의해 구체화되어 간다. 새로운 건물들, 재 활성화된 중심가들, 역사적 랜드 마크들의 보존과 재활용에 의해 대체되었다.

이제 도시에서 명성을 갖는 지역은 건축, 디자인, 쇼핑, 음식, 예술 공동체 등 다양성과 미학적 독특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도시의 특색을 지닌 다양한 색조는 소비문화가 지닌 새로운 매력을 반영한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들의 조화, 많은 거리들의 특색 있는 연출, 사람들을 유인하는 다양한 장소가 활기 넘치는 도시의 구성단위이다. 도시의 삶은 오랜 거리들과 건물들, 그리고 고풍스러운 블록들의 보존을 필요로 한다. 이것들은 섬세하게 직조된 사회적 활용과 사람들을 아우르는 문화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도시의 미래는 이러한 정통성에 달려있다. 정통성은 한 장소의 모습이며 이미지이고 장소가 불러일으키는 사회적인 유대감이다. 도시의 정통성은 장소에 뿌리내리는 우리들의 갈망을 도시로 연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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