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장을 담아 주시던 그 항아리에 / 당신이 일러주신 대로 장을 담습니다 // 우려낸 소금이 싱거우면 / 삼베주머니에 소금 한 움큼 더 넣어 / 독에 띄우라던 말씀대로 했습니다 // 이제보니 당신의 장독 바닥에는 / 소금 꽃이 산호처럼 피었나이다 // 햇살과 바람 반짝이는 별빛까지 품었다가 / 폭풍으로 쏟아지는 바람 그친 뒤에야 /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당신 모습입니다 // (시 '소금꽃' 전문)

평생 수필을 써온 김진수(84·사진·수필가) 시인이 최근 시집 '소금꽃'을 펴냈다. 1997년 펴낸 수필집 '숨은나'와 2000년 수필집 '하얀 숲'에 이은 세번째 책이다. 시집으로서는 첫번째 책이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60여편의 시가 담겨 있다.

1장은 '인생의 봄날', 2장 '인생의 여름날', 3장 '인생의 가을날', '4장 '인생의 겨울날'이라고 표현하는 등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인생을 사계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다.

홍윤표 문학평론가는 '각 장의은 인생의 봄날 같은 유년, 청년 같은 여름날, 장년 같은 가을날, 노년 같은 겨울날의 삶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며 '따라서 이번 시집 '소금꽃'은 그의 인생 사계에 대한 자전적 고백을 시적인 형식으로 승화시킨 영혼의 목소리'라고 평했다.

표제작 '소금꽃'도 순리와 진실을 경청하며 살아온 김 시인의 삶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초겨울'은 노년을 인생의 종점으로 보고 초조해 할 것이 아니라 '맨몸으로 서서 추위를 맞듯'이 노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당당하게 황혼을 불태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쓴 게 아니다'라며 '어느 순간 내 속에서 툭툭 튀어 나오는 말을 내 안의 시인이 불러주는 것을 글자로 옮겨 놓았을 뿐'이라고 전했다.

193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1993년 창조문학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1997년 창조문학대상을 수상했고, 1999년 충북수필문학상, 2000년 청주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인협회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위원 한국창조문학가협회장, 한국수필이사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에는 창조문학 시 부문이 당선됐다.

열린서원, 1만1000원, 110쪽. 박장미 기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