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영이 기자) 세상 참 좋아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현직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퍼뜨리지를 않나, 심지어 치매증상을 보인다고 하지를 않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처럼 자유를 만끽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로 2년동안 징역살이를 하도록 한 시대를 살았다. 유신정권 시절 충청일보 단양주재기자였던 김금수(75·서울 거주) 씨가 겪었던 참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끔찍한 일로 기억될 것이다.

1975년 6월 초순 김씨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부인과 당시 8, 5살이던 2명의 아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 1974년 8.15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재일조총련 소속의 문세광에게 저격당한 것을 두고 “본처를 쫓아내고 들어와 벌을 받아 죽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이 죽을 차례다”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다. 김씨의 말은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A(당시 14세)양이 엿듣고 이웃사람에게 말한 것이 경찰에 알려져 화근이 됐다.

검찰은 북괴의 대통령 암살미수 및 대통령 부인의 암살을 찬양 또는 동조해 북괴를 이롭게 했다는 이유로 반공법을 적용, 구속 기소했고 김씨는 징역 2년이 확정돼 1977년 만기출소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잠도 재우지 않고 가혹행위를 하고 허위자백을 강요했음은 말할 것 도 없다.

또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김씨의 부인은 중앙정보부의 압력으로 시골학교로 발령나는 등 핍박을 견디지 못해 사표를 내고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가산을 모두 탕진한 김씨는 피눈물 나는 생활을 하면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일원이 돼 민주화 운동을 하며 지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법원에 청구한 재심이 받아들여졌고, 청주법원은 지난달 27일 검찰이 구형한 무죄를 그대로 선고했다. 43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유신정권과 군부독재 정권때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평생 고통을 당한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암흑의 사회분위기였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감기몸살이 무슨 중병인양 침소봉대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와 밀접하다. 그래서 함부로 건강 이상 운운해서는 안된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국빈 방문후 감기 몸살로 쉬다가 4일 만인 지난 2일 건강한 모습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인도와 싱가포르 국빈방문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북핵을 둘러싼 문 대통령의 외교행보는 강행군이었다. 단순히 육체적 노동이라면 몰라도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을 고려한다면 감기몸살이 올만도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과로가 겹쳐 몸져 누웠는데 SNS를 통해 중병설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대체 뭘까. 엄마방송 주옥순 대표라는 사람은 유튜브에서 ‘문재인, 문재인’ 하면서 당장 중병에 걸려 죽을 것처럼, 아니 그것을 원하는 것처럼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한다.

그 장면을 보노라면 4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김금수씨가 재수없고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주씨처럼 그렇게 막말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참패한 자유한국당 김문수씨는 박근혜 세월호 7시간과 문재인 일주일을 비교하며 억지를 부렸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뭐했나? 분 단위로 따지며 촛불 들고 탄핵, 구속해 24년형을 선고했다. 박근혜의 7시간보다 24배 이상 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말 한마디 안하는 그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그 사납던 언론은 어찌 이리 얌전하냐”고 비꼬았다.

박근혜의 7시간과 문재인의 일주일은 비교자체가 무리다. 세월호 참사 당일은 공식근무일이고, 관저에서 주사 맞고 머무르지 않았던가. 수요일마다 출근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의 근무태만과 문 대통령의 휴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심각하지도 않은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국민들에게 일일이 보고할 의무도 없다.

병든 날개로는 날지 못한다. 김문수씨가 자기 살자고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모양인데 최소한 지킬 도리는 지켜야 하는 게 예의다. 홍준표가 가니 김문수가 (페북에서) 설친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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