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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소통으로 봉사하다
동양에세이/ 소통으로 봉사하다
  • 윤경자
  • 승인 2018.07.08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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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자 청주시금천동25통장
윤경자 <청주시금천동25통장>

“왜 통장을 하려고 하십니까?”, “통장이 되면 어떻게 일 하시겠습니까?”.

벌써 5년 전 일이다.

“지역 주민들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하며 소외된 분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봉사를 하려 합니다.”

소신은 이러했으나, 그날 나는 어떻게 대답했는지 주민센터를 나와 찬 공기를 마실 때까지 정신이 없었다.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동네 어르신들을 가까이 뵈며 지내온 지 벌써 5년이 됐고 이런저런 사정도 귀담아 들어가며 주민센터와의 중간다리 역할로 일을 해나갔다.

어느 동네나 고충은 있지만 우리 통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이하 연립주택이 많아 오르락내리락하며 시민신문, 종량제 봉투 등을 전달하는 시간이 배는 더 걸리는 듯하다.

“당신 좋아서 하는 일인데 힘들다는 소리 듣기 안 좋군.”

남편의 핀잔에 힘이 쭉 빠지던 날 남편과의 소통이 첫 번째로 필요했다.

“나도 사람인데 표현할 수 있고 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런 봉사라도 하면 나름대로 씩씩하다 하고 좋게 봐주면 되잖아요. 대수술한 몸이라서 그렇지”라며 중얼중얼했는데 그 남편이 지금은 가끔씩 시민신문도 꽂아준다. 소통이 잘 됐나? 이 정도 일은 일도 아닌 것을.

한 번은 우리 동네 초등학생 아이 사정을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에게 알린 적이 있다. 다문화 가정에 엄마, 아빠를 다 잃고 할머니 손에 자라는 그 아이가 이후 정부의 혜택을 받게 됐다.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보람된 일이다. 소통이 잘 됐다. 소통은 혼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하는 사람이나 전달 받은 사람이 서로간의 의견이 성립돼야 소통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통이 곧 봉사라 생각한다. 소통되지 못하면 봉사자로서의 의무도 사라진다.

올해 87세 되신 혼자 사는 어르신이 계신다. 왠지 친정 엄마 같은 느낌이 들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쾅쾅쾅!’

“할머니 저예요.”

쌀 한 포를 받아다 드리려고 문을 두드렸는데 꿈쩍도 안 하신다. 장사꾼으로 생각하셨단다. 결국 세 번을 더 방문한 다음 전화를 했다.

“할머니 저 통장이에요. 문 좀 열어 주세요.”

함부로 문을 열지도 않지만 밖으로 거동도 하시지 않는 어르신들의 소통이 무척 힘들다. 세상이 어르신들을 안으로만 자꾸 단절시킨다. 그나마 통장이라고 믿고 열어 주시는 고마움에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내년이면 임기가 끝난다. 다음 통장을 하겠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좋은 현상이다. 일을 하겠다는 봉사자가 많이 나와야 소통이 잘 되는 동네가 될 것이다. 하물며 48명의 통장 봉사자들이 소통하고 있는 우리 금천동은 나날이 발전될 것이라 믿는다.

나름 5년이란 세월을 그냥 보내진 않은 듯하다. 소통되지 않는 어려움으로 이런저런 일도 겪었지만 그래도 봉사란 나를 위함이었다. 나를 생동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나로 인해 그 어떤 분들도 소통돼 많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어르신께 종량제 봉투를 가져다 드리고 고맙다면서 주시는 매실청을 거절하고 왔더니 문 앞에 놓고 가셨다. 심장 시술도 받으신 어르신이 3층까지 오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럴 줄 알았다면 받아 올 걸.

“어르신 고맙습니다. 종량제 봉투 제가 드리는 것도 아니고 전 심부름만 했습니다.”

나는 지금 나를 소통시키며 내일을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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